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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성폭행' 다음은 '단역배우 자매'…"이 사건 알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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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성폭행 피해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단역배우 자매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최근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던 유튜브 채널이 다음 타깃으로 단역배우 자매 사건 가해자들을 지목했기 때문이다.

유튜브 채널 나락보관소에는 지난 3일 '저희가 돕겠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성폭행 피해를 본 후 극단적인 선택을 한 단역배우 자매의 모친 장연록 씨의 목소리가 담긴 영상이 게재됐다.

장씨는 "우리 큰딸 보물 1호, 작은딸 보물 2호 소라, 소정이는 내 옆에는 없지만 죽은 자식도 자식이고 항상 사랑하고 옆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딸들이) 20년 후에 원수 갚고 따라오라고 했다. 엄마는 강하니까 원수 갚았다고 말하러 갈 테니 만나달라고, 그때까지 하느님 옆에서 잘 지내라고 부탁하고 싶다"고 딸들에 대한 애끊는 모정을 전했다.

이어 "맨날 보고 싶고 밤이 되면 미칠듯한 느낌이 든다"며 "밤 되면 갑자기 그립고, 가슴은 365일 따갑고 아프다"며 먼저 보낸 자식들에 대한 그리움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남들은 혼자 싸웠다고 하는 데 아니다"며 "혼자가 아니고 소중한 누리꾼들이 응원해 줬기 때문에 이날이 온 것"이라며 관심을 보여준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나락보관소 측은 "(장씨가) 가해자들로부터 수많은 고소를 당해 집까지 팔게 됐다"며 "금전적인 도움도 좋지만, 이 사건이 널리 알려져야 한다"고 관심을 호소했다.

단역배우 자매 사건은 2004년 드라마 촬영장에서 단역배우 아르바이트를 하던 자매에게 벌어진 집단 성폭행 사건이다. 2004년 대학원생이던 장 씨의 딸 소라 씨는 동생 소정 씨의 권유로 드라마 단역배우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관계자 12명에게서 지속해서 성폭행당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2차 피해와 가해자들의 협박을 받아 고소를 취하하고 2009년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후 동생 소정 씨도 소라 씨를 따라 세상을 등졌고, 두 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아버지마저 충격을 받고 뇌출혈로 사망했다.

홀로 남은 장씨가 2014년 가해자 12명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지만, 민법상 소멸시효인 3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패소했다. 이에 장씨가 해당 기획사 건물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자, 가해자들은 장 씨를 '허위 사실로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며 고소했고, 검찰은 장씨를 재판에 넘겼지만,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이 사건은 '미투(Me Too) 운동'이 확산하던 2018년 재조명받으며 경찰이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를 꾸렸지만, 공소시효 만료 등의 이유로 재수사 착수는 하지 못한 채 종결됐다.

하지만 장씨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가해자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해왔다. 실제로 지난해 가해자 중 한명이 한 드라마에 단역배우 캐스팅 담당자로 일한다는 소식을 전했고, 이후 방송사 측은 "1차적으로 해당자의 제작 현장 접근을 금지하도록 조치한 데 이어, 혹시 모를 참여를 원천적으로 배제하기 위해 해당 (보조출연자 관리) 업체와 계약도 즉시 해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장씨는 올해 3월에도 유튜브 채널을 통해 "현재까지 가해자들에게 고소당한 게 30건쯤 된다"며 "일부 가해자는 아예 일손을 놓고 저를 계속 고소하고 있으며 새 변호사를 선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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