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명의 사망자를 낸 ‘시청역 참사’의 원인이 페달 오인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는 의견이 운수업계에서 제기됐다. 대형버스를 장기간 운행해 온 운전자가 승용차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로 순간 오인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4일 버스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부분 버스 차량의 액셀(가속)·브레이크 페달은 오르간 페달로 설치돼 있다. 오르간 페달이란 페달 하단이 차량 하부에 고정된 기다란 직사각형 모양의 페달이다. 장시간 운전 시 발목 피로를 덜어줘 트럭, 버스 등 대형 차량에 사용된다.
페달이 상부에 고정돼 하단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형태의 ‘서스펜디드 페달’은 승용차에 주로 사용된다. 승용차는 액셀 페달만 오르간 페달인 경우가 많다. 차모씨(68)가 몬 제네시스 G80 차량 역시 오른쪽 액셀 페달이 오르간 형태로 차씨가 페달을 혼동해 밟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45년 경력의 60대 서울 시내버스 기사 A씨는 “버스는 발을 고정한 상태에서 액셀과 브레이크를 오가며 밟는다”며 “승용차를 몰 때는 습관적으로 액셀을 밟지 않을까 긴장하게 되는데, 차씨도 헷갈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차씨의 아내인 박모씨(65)도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남편이 ‘브레이크를 밟을수록 가속된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차씨는 경기도 소재 여객운송업체에서 일하던 버스 기사로, 트레일러 등 대형차량 운전 경력을 40년 가까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종건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대형차는 소형차에 비해 엑셀의 반응 정도가 느리다”며 “오르간 페달을 끝까지 밟아야 작동하는 버스 브레이크 특성상 버스 운전자들이 일상 운전을 할 때 페달을 강하게 밟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페달을 오인한 사고는 종종 발생한다. 지난해 12월 경기 수원에선 버스 운전사 B씨(57)가 수원역 2층 버스환승센터 정류장에서 버스로 시민들을 덮쳐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는 버스가 주차 상태에 있다고 착각하고 요금통을 확인하려 운전석에서 일어났다가 버스가 움직이자 급히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려다 실수로 액셀을 밟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날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인 차씨를 처음 대면조사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따르면 차씨는 “사고 당시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딱딱했다”며 차량 급발진을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및 변호인과 협의해 후속 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시온/조철오/김다빈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