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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는 가성비 여행"...'변방에서 중심으로' 날아오른 LCC[LCC ‘주류’가 되다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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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border:1px solid #c3c3c3" />2400만 명.
지난해 저비용항공사(LCC)를 타고 해외로 나간 여행객 수다. 통계를 집계한 이후 처음으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과 같은 대형항공사(FSC)의 해외 여객 수(약 2300만 명)를 제쳤다. LCC가 해외여행의 보편적 이동수단이 됐음을 엿볼 수 있는 수치다.

2008년 LCC가 첫 해외 취항을 시작할 때만 해도 성공을 점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외의 흐름이 펼쳐졌다. LCC들은 저렴한 가격뿐 아니라 파격적인 마케팅,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매년 급성장을 이뤄냈다. 지난해에는 FSC마저 제치며 항공시장의 지형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올해 LCC 이용객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3000만 명을 돌파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LCC가 빠르게 항공 시장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동한 비결과 전망을 짚어봤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border:1px solid #c3c3c3" />

지난 5월 일본 오사카로 여행을 다녀온 주부 나주원(53) 씨는 저비용항공사(LCC) 중 한 곳인 이스타항공을 이용했다. 싼 가격 때문이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같은 대형항공사(FSC)의 경우 오사카까지 가는 데 왕복 비용이 30만원을 훌쩍 넘었다.

이스타항공은 이보다 약 30% 낮은 10만원 후반대에 왕복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었다. 나 씨는 “LCC는 자리가 비좁은 것이 단점이지만 인천에서 오사카까지 비행시간이 2시간도 안 걸린다”며 “조금 불편하더라도 비행기 값을 아껴 현지에서 쇼핑이나 맛집을 가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해 LCC를 타게 됐다”고 했다.

오는 8월 미국 뉴욕으로 가족 휴가를 계획 중인 김가흔(38) 씨도 대형항공사보다 저렴한 LCC를 탈 예정이다. 에어프레미아다. 두 아이와 함께 LCC를 타고 10시간이 넘는 비행을 할 수 있을까 걱정도 있었지만 포털 사이트 등에 올라온 후기들을 찾아보고 마음을 굳히게 됐다.

김 씨는 “블로그 등을 보니 LCC임에도 불구하고 에어프레미아는 좌석 간격이 넓으며 기내식도 제공한다는 글들이 적혀 있었다”고 했다. 실제로 에어프레미아의 이코노미석 간격은 83~89로 아시아나항공(83~86)보다 넓으며 중장거리 여행의 경우 기내식도 준다. 김 씨는 “조금이라도 휴가비를 아끼기 위해 LCC를 예매하려고 계획 중”이라고 전했다.

LCC를 타고 해외를 가는 여행객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양질의 ‘서비스’보다 ‘가격’을 항공권 구매의 주요인으로 삼는 이들이 늘어나면서다.

고물가,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아낄 수 있는 건 최대한 아껴보자’는 가성비 트렌드가 이 같은 추세를 만든 것으로 풀이된다.

단거리 노선을 넘어 중장거리 노선을 취항하는 LCC도 생겨나며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힌 것도 한몫했다.
가성비로 FSC 앞질러
항공업계에서 LCC는 이제 ‘중심’이 됐다. LCC가 이제 해외여행의 보편적 이동수단이 됐다는 의미다. 수치로도 나타난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을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작년 국내에서 LCC를 이용해 해외로 나간 여행객 수는 2419만4339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뿐만 아니라 통계 시작 후 처음으로 FSC를 타고 해외로 나간 여행객(2300만7405명)을 앞지르는 결과를 만들었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이 아닌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을 타고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훨씬 많아졌다는 얘기다.

올해는 더 격차가 벌어질 전망이다.

LCC를 타고 해외로 떠난 여객 수는 이미 지난 4월 1000만 명을 돌파했다. 국내에서 LCC가 해외운항을 시작한 2008년 이후 최단기간 1000만 명 돌파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지금 추세라면 올해 LCC 이용객은 30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LCC가 이처럼 비상할 수 있었던 건 한국인들의 높은 눈높이에 맞춰 이른바 ‘한국형 LCC’ 모델을 구축했기에 가능했다.




광고나 서비스 비용을 최대한 줄여 오로지 가격으로만 승부를 보는 해외 LCC와 다르게 한국 LCC들은 파격적인 마케팅과 서비스를 제공하며 인지도를 높여나갔다.

배경은 이렇다. 1990년대에 일찌감치 LCC가 등장해 여기에 익숙한 해외와 달리 국내 소비자들은 오랜 기간 FSC에 길들여져 왔다.

해외여행을 갈 때 비행기를 타면 극진한 서비스를 받는 것이 당연시하는 문화가 생겨났다.

이에 한국에 발을 내딛은 LCC들은 사업 초반에 불친절한 항공사라는 지적을 받으며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내세운 전략이 서비스 강화다. 기내에서 다양한 경품 이벤트와 공연 등 이색 프로그램을 마련했으며 FSC에서나 이용할 수 있는 와이파이 도입, 멤버식 혜택을 제공하며 소비자 마음을 돌리기 위해 애썼다.

전략은 적중했다. LCC를 찾는 소비자 수는 해를 거듭할수록 빠르게 늘어났고 ‘유망산업’으로 주목받았다. FSC까지 계열사를 만들어 LCC를 출범시키는 등 수많은 ‘돈’이 이 시장에 몰리기 시작했다.

인구 약 5000만 명인 한국에서 현재 운항 중인 LCC가 무려 8개(현재 미운항 중인 플라이강원 제외)에 달하는 이유다. 한국보다 훨씬 인구가 많은 일본(8곳)과 비슷하고 독일(4곳)보다 두 배 많다.

LCC 호황은 계속된다
LCC의 등장은 여행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 여행산업은 LCC 전후로 나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트렌드를 바꿔놓았다.

무엇보다 LCC는 한국인들의 해외여행 문턱을 크게 낮추는 역할을 했다. 이들이 초특가 항공권을 수시로 내놓기 시작하면서 아무나 못 가던 해외여행은 누구나 갈 수 있는 ‘일상’이 됐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해외에 한 번 가려면 ‘큰 마음’을 먹어야 했지만 요즘엔 주말이나 평일에도 당일 또는 무박 2일 등의 해외여행을 가는 이들을 흔히 볼 수 있다”며 “LCC들이 저렴한 가격에 항공권을 내놓기 시작하며 생긴 여행 트렌드”라고 했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LCC의 등장으로 자동차와 기차뿐 아니라 비행기를 타고 지방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들을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게 됐다.

물론 LCC 산업이 늘 순탄했던 건 아니다. 위기도 있었다.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하늘길이 닫히면서 LCC에 대한 비관론이 고개를 들기도 했다.

많은 수의 항공기를 보유한 FSC는 항공기를 개조해 손님 대신 화물을 운송하며 실적을 선방할 수 있었지만 LCC들은 달랐다. 보유한 항공기 수가 많지 않아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데 실패하며 대규모 적자에 허덕였다.

LCC는 순식간에 ‘황금알 낳는 거위’에서 ‘미운 오리’로 전락했다. ‘LCC 면허를 9개나 내준 정부 정책의 미스다’, ‘곧 LCC가 다 망할 것이다’와 같은 우려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런 예상은 곧 빗나갔다. 코로나19가 종식되고 다시 해외여행이 가능해지자 이전보다 더 많은 소비자들이 LCC를 찾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처음으로 LCC를 탄 해외여행객 수가 FSC를 제치는 일까지 일어났다.

한 LCC업계 관계자는 “팬데믹이 야기한 고물가, 고금리, 저성장 기조가 엔데믹 후에도 이어지면서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가 강해졌다”며 그 배경을 분석했다.

전망도 밝다. 녹록하지 않은 국내 경제 상황은 LCC엔 기회다.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가 더욱 강해지면서 LCC에 대한 수요도 늘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시장에서 막강한 힘을 가지게 된 LCC들이 노선 확장에 집중하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FSC의 전유물이었던 장거리 여행객까지 넘보기 시작했다.

티웨이항공은 유럽 4개 노선(파리, 로마, 바르셀로나, 프랑크푸르트)을 곧 취항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조만간 완료될 예정인데, 대한항공이 합병 조건으로 내놓은 노선을 넘겨받았다.

현재 미국 LA, 뉴욕, 샌프란시스코를 운항하고 있는 에어프레미아도 내년 시애틀, 하와이 등으로 노선을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끝날 줄 모르는 ‘엔저’도 LCC엔 호재다. 일본을 찾는 여행객이 계속해서 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LCC의 일본 노선 점유율은 65.4%(2023년 기준)에 달한다. 일본을 찾는 이들 10명 중 6명 이상이 LCC를 탄다는 얘기다.

LCC 1위(여객 수 기준)인 제주항공의 경우 LCC 업계 최초로 매출 2조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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