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도 업종별 구분 없이 동일하게 적용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경영계 측이 표결 과정에서 일부 근로자위원이 투표 진행을 방해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7차 전원회의에서 내년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 적용 여부를 표결에 부쳤다. 표결 결과 찬성 11표 대 반대 15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앞서 경영계는 취약 업종의 지불 능력을 고려해야 한다며, 한식·외국식·기타 간이 음식점업과 택시 운송업, 체인화 편의점업에 대해 최저임금을 구분해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동계는 구분 적용이 차별이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노사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자 이인재 위원장은 표결을 선언했으나 일부 근로자 위원이 표결 자체를 강하게 저지하려 들면서 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노사 위원들에 따르면 일부 민주노총 측 근로자위원들이 위원장의 의사봉을 빼앗거나 배포 중인 투표용지를 찢기도 했다.
개표 이후 사용자 위원들이 이에 대해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고 회의는 한동안 정회되기도 했다.
회의를 마친 후 사용자 위원들은 입장문을 내고 "2025년 최저임금의 사업 종류별 구분 적용 결정 과정에서 벌어진 일부 근로자위원들의 무법적인 행태와 이를 방관한 위원장의 미온적인 대응에 대해서 강력히 비판한다"고 밝혔다.
사용자 위원들은 "물리적 방법까지 동원해 표결 진행을 방해한 민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들의 행태는 민주적 회의체에서 결코 일어날 수 없는 행태"라며 "이러한 강압적 행사가 오늘 표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회의 진행과 절차의 원칙이 무너진 상황 속에서 향후 회의에 참여할 것인지 신중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류기정 전무는 회의 후 기자들에게 "위원장님이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도 하셨지만 사용자 위원들이 굉장히 격앙돼 있어 심각하게 논의를 해야 할 것 같다"며 향후 회의 불참까지도 염두에 두고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위원회도 "위원장이 일부 근로자위원의 투표 방해행위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하고 향후 이러한 행동이 재발할 경우에는 발언 제한, 퇴장 명령 등을 포함하여 필요한 모든 조치를 적극 검토할 것임을 경고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혼란 속에 노사는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최초 요구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회의를 마쳤다. 다음 8차 전원회의는 4일로 예정됐다.
다만 사용자 위원이 회의 보이콧까지 가지는 않고 회의에 들어올 경우 노사는 이제부터 가장 중요한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 논의로 들어간다. 지난해 결정된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860원으로, 여기서 140원만 올라도 처음으로 1만원을 돌파한다. 노동계는 실질임금 하락 등을 고려해 대폭 인상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고, 경영계는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