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결과의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고 지시하기 직전 통화한 전화 상대방에 대해 "수사팀에서 확인해야 할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대통령실 유선 전화로 알려진 뒷자리 '7070' 번호 주인을 확인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전화번호가 누구 것인지는 수사팀에서 확인해야 할 사항"이라며 "외부에 알려지는 것은 대상의 특성상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31일 이 전 장관은 채상병 순직 경위에 대한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 발표 브리핑 취소와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하기 전 해당 번호로 걸려 온 전화를 받아 168초간 통화했다.
이날은 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날이다. 따라서 야권에서는 이 전화번호의 사용 주체를 밝혀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또 공수처 관계자는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의 참여를 전제로 하는 골프 모임이 추진된 정황을 놓고 '구명 로비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서는 "그 단톡방(단체대화방)의 내용은 사인 간의 사적인 대화이고 단톡방 안에 수사 대상이 포함된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세간에, 또 정치권 일부에서 나오는 여러 의혹은 가설과 가설이 겹쳐서 나오는 얘기인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수사팀에서는 그 부분도 참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실 내부 생산 문건 등 자료를 신속히 확보해야 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 "수사팀은 정해진 수사 일정에 따라서 계속 수사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 보좌관 등 주요 인물 소환 시기를 두고서는 "조사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언제 소환할지는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당분간 지금까지의 수사 내용을 검토하면서 보완 수사가 필요한 부분을 점검할 계획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오래 수사를 하면서 두꺼워진 기록을 전체적으로 다시 한번 살펴보고 있다"며 "중간 점검이 특별한 이벤트는 아니고 (수사하다 보면) 자주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작업이 마무리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추후 중간 점검 결과를 토대로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이종섭 전 장관, 대통령실 관계자 등의 소환 여부와 시기를 조율할 전망이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