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오는 12일부터 무기한 자율 휴진을 예고했다. ‘집단 휴진’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해 교수 개개인이 병가, 학회 참가 등을 이유로 휴진에 참여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서울대 의대, 가톨릭대 의대, 성균관대 의대 교수들이 무기 휴진을 중단하거나 유예한 것과 달리 연세대 의대 교수들이 지난달 27일부터 무기한 자율 휴진에 돌입한 데 이어 고려대 의대 교수들까지 가세한 것이다. 비대위는 입장문에서 “전공의 처벌 철회와 전공의 요구 수용”을 요구 조건으로 내걸었는데 납득하기 어렵다.
전공의 대다수는 지난 2월 수련병원을 이탈한 뒤 지금까지 정부가 수용하기 힘든 ‘의대 증원 백지화’와 ‘업무개시명령 전면 철회’를 외치며 버티고 있다. 당장 내년도 의대 정원은 정부도 되돌리기 어렵다. 신입생 모집 요강이 발표돼 수험생들이 이에 맞춰 준비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법원도 의대 증원에 대해 “공익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당초 연 2000명이던 의대 증원 규모를 수정해 2025학년도엔 1509명만 늘리기로 한 데 이어 2026학년도 이후 증원분도 수정 가능성을 열어놨다. 의대 교수들이 합리적 중재안을 제시하려면 의대 증원 백지화가 아니라 2026학년도 이후 증원 규모를 두고 정부와 머리를 맞대는 게 맞다.
전공의 행정처분도 정부는 당초 ‘법대로 처분’ 방침에서 한발 물러서 복귀 시 일체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또 열악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처벌 완화, 전문의 증원 등 전공의 요구사항 중 상당수에 대해 이미 수용 의사를 밝혔다. 필수·지방의료에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을 신규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물론 의정 갈등을 4개월 넘게 매듭짓지 못한 건 비판 소지가 있지만 혼란을 끝내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다 했다. 정작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은 채 집단행동을 하는 건 전공의와 일부 의대 교수들 아닌가. 제자를 설득하진 못할망정 환자들을 외면한 채 ‘동조 파업’을 벌이겠다는 건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의대 교수들의 모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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