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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대선 '이변'…개혁파 후보 '깜짝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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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대통령 보궐선거에서 온건파 후보가 예상과 달리 ‘깜짝 1위’에 올랐다. 서방과의 관계 개선, 히잡 착용 단속 합리화 등을 공약으로 내세워 표심을 사로잡았다. 결선투표는 7월 5일 치러질 예정이다. 이란에선 2022년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이 경찰에 체포돼 의문사한 사건을 계기로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는 등 정권에 대한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이번 선거 결과 이란 정치와 사회에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중동 긴장 완화 ‘희망’
29일(현지시간) 이란 내무부와 국영방송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선거 결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후보(70)가 1041만여 표(42.5%)로 1위를 차지해 7월 결선에서 강경 보수 성향 사이드 잘릴리 후보(59)와 맞붙는다. 1차 투표에서 잘릴리 후보는 947만여 표(38.6%)로 2위에 올랐다. 당선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예측되던 모하마드 바게리 갈리바프 후보(63)는 338만여 표(13.8%)를 얻는 데 그쳤다.


이번 선거는 반미 강경파 에브라힘 라이시 전 대통령이 지난달 헬기 추락 사고로 숨진 뒤 급작스레 치러졌다. 페제시키안 후보는 의사 출신 5선 의원으로 대선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온건파로 평가된다. 이번이 세 번째 대선 도전이며 처음으로 헌법수호위원회 후보 자격 심사를 통과해 실제 선거를 치렀다.

페제시키안 후보는 핵협정을 되살려 국제사회 복귀를 추진하고, 도덕경찰(종교경찰)의 단속을 합리화하는 등의 정책을 내세웠다. 서방의 제재를 받는 이란은 산유국임에도 환율 불안과 연간 40%의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페제시키안 후보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우리 나라를 가난, 거짓말, 차별, 불의에서 구하자”고 호소했다.

신정일치 체제의 이란은 대통령 위에 최고종교지도자(아야톨라 하메네이)가 버티고 있다. 하지만 페제시키안 후보가 당선되면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5년째 재임 중인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85세의 고령이며, 사망한 라이시 전 대통령 이후 후계 구도가 불투명하다.

영국 BBC방송은 과거 집권한 이란 온건파의 실패로 많은 사람이 환멸을 느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일부 시민은 작은 변화의 희망에 이끌려 투표장에 나서고 있다”고 지난 28일 보도했다.

온건파 대통령이 당선되면 강경 일변도였던 이란의 대외 정책이 일부 바뀔 가능성이 있다. 중동의 군사적 긴장 역시 완화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온건 성향 하산 로하니 정부 시절인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가 타결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이를 뒤엎기 전까지 몇 년간 이란은 한국과 일본, 유럽 등에 석유를 수출할 수 있었다.
최종 선거는 박빙 예상
외교관 출신 잘릴리 후보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측근이자 ‘충성파’로 평가받는다. 혁명수비대 일원으로 참전한 1980∼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크게 다치며 오른쪽 다리를 절단해 ‘살아 있는 순교자’로 불린다. 1차 투표에서 보수파 후보 세 명으로 분산된 보수층이 결집한다면 잘릴리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나온다.

페제시키안 후보가 ‘돌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보수가 이길 것이란 전망이 많던 탓에 1차 선거에서 투표를 포기한 젊은 층이 이번엔 투표장에 나올 것이란 관측이다. 이란 국영방송에 따르면 이란의 1차 선거 투표율은 40.3%로 1979년 이슬람 혁명 후 치른 역대 대선 중 가장 낮았다. 이란 외교 정책 전문가인 하미드 레자 골람자데는 알자지라 방송에서 “1차 투표에서는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이 투표장에 나오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며 결선에선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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