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 눈에 한동훈은 초보운전자가 아니다"라고 30일 밝혔다. 원희룡 당 대표 후보가 한동훈 후보를 초보운전자에 빗대 정치 경험이 부족하다고 지적한 것을 반박한 것으로, 배 의원이 특정 출마자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배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여러 여론조사를 통해 절반을 훌쩍 넘는 당원과 지지자들이 지난 총선 100일간 운전대를 잡았던 한동훈에게 다시 운전대를 맡기고 싶다고 한다"며 "그 의미를 우리는 잘 알지 않냐"고 했다.
배 의원은 "당원과 지지자들께서는 지금 당과 선거라는 길을 훤히 잘 알고 여러번 다녀봤지만, 내비게이션 좀 찍어보자는 국민 요청에도 백두대간 지도만 고집하며 국도, 고속도로를 헤매다 걸핏하면 진창에 빠지곤 하는 '라떼는'(나 때는) 운전자들보다 국민과 당원이라는 내비게이션이 지목하는 길로 믿고 함께 갈 줄 아는, 그리고 그것이 당연하다고 믿는 운전자를 원하는 것이다. 누구의 말과 달리 이미 국민들 눈에는 초보운전자가 아닌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후보의 러닝메이트인 장동혁 최고위원 후보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치에는 민심이라는 내비게이션이 있다. 민심을 따라가면 되는 것"이라며 "사고는 운전을 처음 시작했을 때 나는 게 아니라 몸에 운전이 조금 익었다고 내비게이션과 신호를 무시했을 때 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정치인에겐 시작의 시기가 있다. 어쩌면 내비게이션을 따라가고 신호를 잘 지키고 주변을 잘 살피면 처음 운전할 때 사고가 적다"며 "사고 날 위험이 큰 분보다 민심에 민감하게 반응하려고 하는 분의 처음 시작이 정치인으로서 훨씬 더 낫다"고 했다.
앞서 원 후보는 한 후보 측에서 한 후보를 향한 다른 후보들의 공세가 '공한증'(恐韓症·한동훈 공포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하자 "공한증 맞다. 어둡고 험한 길을 가는데, 길도 제대로 모르는 초보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을까 무섭고 두렵다"고 했다. 그간 원 후보는 한 후보를 향해 "말싸움만 하던 수사 검사가 갑자기 당 대표를 해서 대선에 직행하겠다고 한다"면서 한 후보의 정치 경험 부족하다고 지적해왔는데, 이번에는 한 후보를 초보운전자에 빗대 비판한 것이다.
최근 여권에서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초반 구도가 한 후보를 향한 다른 후보들의 협공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런 평가는 다른 후보들이 한 후보와 윤석열 대통령 간의 불화설을 띄우면서 일제히 '배신의 정치'를 언급하면서 나오게 됐다. 나경원 후보는 "특정인에 대한 배신이 국민을 위한 배신이 아니라 사익을 위한 배신"이라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했다. 원 후보는 "인간관계를 하루아침에 배신하고, 당원들을 배신하고, 당정관계를 충돌하면서 어떤 신뢰를 얘기할 수 있다는 거냐"고 했다. 윤상현 후보는 "절윤(絶尹·윤 대통령과 절연)이 된 배신의 정치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했다.
한 후보 측은 이러한 집중 견제 움직임은 한 후보에 대한 공포 '공한증'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네거티브 공세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정광재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아무리 공한증에 시달린다 해도 협박과 분열의 정치는 안 된다. 당의 축제가 돼야 할 전당대회에 협박과 네거티브, 분열적 언사만 등장하고 있다"며 "사실상 아무런 준비 없이 뒤늦게 나선 후보는 물론, '덧셈의 정치'를 외치던 후보 등 모든 당권 주자들이 한 후보를 향해 '배신' 운운하며 약속한 듯 인신공격성 공세를 펼친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