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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슈 찬반토론] 툭하면 '헬조선', 한국은 양극화 심화 사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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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를 비하하는 말 가운데 ‘헬조선’이 있다. 선거철이 되면 이런 구호를 외치는 정치꾼이 많다. 경제적 성장과 정치적 민주화를 단기간에 함께 이룬 사실은 애써 외면하면서 격차 문제만 부각하는 자조적 주장이다. 헬조선, 양극화 논리 등으로 한국을 깎아내리는 선동은 학계에서도 적지 않다. 일부 언론도 이런 주장에 가세하면서 비슷한 논리를 펴고, 그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기획물을 쏟아낸다. 사회단체 중에서도 객관적 통계나 과학적 분석에 기반하지 않은 채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폄훼하고 비난을 서슴지 않는 주장을 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하지만 한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신생 독립국 가운데서 드물게 선진국으로 도약한 성공한 국가다. 소득불평등도 사실은 개선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에 또 나왔다. 한국은 과연 양극화 심화 사회일까.
[찬성] 소득·자산 외 심리적 격차도 심각…임금 올리고, 과세·복지 강화해야
한국이 외형적으로 잘 성장해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개방과 수출 중심의 경제성장 정책을 합리적으로 펴 모범적인 교역 국가가 됐다. 수출의 눈부신 성과로 에너지·식량 등 생활필수품과 산업의 기본 소재·부품을 수월하게 수입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전반적인 삶의 수준이 급속도로 올라갔고, 산업도 고도화됐다. 반도체·전자·자동차·화학·철강·조선 등에서 한국 제품은 세계를 누빈다. 그렇게 오랫동안 고성장을 누렸고, GDP도 늘려왔다. 전체적으로 기업이 커졌고 자본도 축적된 것은 사실이다. 외형적 성과로만 보면 굳이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 성과가 어떻게 분배되고 있는지, 개발과 성장의 결실이 얼마나 고루 배분되는지, ‘형평’의 관점에서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소득불평등이 심하다. 상위 10%와 하위 10%의 소득격차를 보면 여전히 심각하다. 소득만 볼 일이 아니다. 자산으로 봐도 상·하위 계층 간 격차가 크다. 국제기구 등의 발표 자료를 보면서 외국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한국인 다수가 격차가 벌어진다고 인식하는 현실이 중요하다. 계층이동의 사다리도 사라진다고 느끼는 서민 저소득층이 압도적으로 많다. 중산층에서도 그런 인식이 있다. 이런 점에 공감하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헬조선’이라는 불만과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한국은 소득과 자산만 양극화 사회가 아니다. 서울 등 수도권과 여타 지방과의 차이도 심각하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속도, 투자·일자리와 교육, 소비와 세수(稅收) 등에서 지역은 모두 뒤처진다. 수도권에서도 서울과 비서울, 서울에서는 또 강남·북으로 격차 문제가 있다. 이런 격차가 쉽게 줄어들지 않고 정책적 성과도 미흡하기 때문에 소외계층의 불만이 커진다. 그런 외침이 헬조선이다. 최저임금을 올리고 복지도 전반적으로 더 강화해야 한다. 과세를 늘리면서 지역과 세대 등의 균형정책을 더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
[반대] 소득불균형 지난 20년간 꾸준히 개선…정치꾼과 일부 학계·언론의 왜곡 선동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수많은 나라가 독립했다. 그런 신생 독립국 중 한국처럼 발전한 나라는 없다. 경제적 발전뿐 아니라 정치적 민주화를 함께 거두면서 유엔 기준의 선진국이 된 나라로는 거의 유일하다. 한국은 근래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아시아 아프리카의 저개발국에 대한 ODA(공적개발원조)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모범 국가다. 국민소득 3만 달러를 일찌감치 달성했고, 1인당 GDP는 일본도 추월했다. 대학 진학률, 보편적 의료 수준, 사회적 약자를 위한 다양한 복지 시스템 등 어디를 봐도 헬조선이 아니다. 손쉽게 나가는 해외여행 행렬, 20년 넘은 전국망의 고속철(KTX·SRT), 대중교통과 치안 수준 등을 보면 ‘파라다이스 한국’에 접근해간다.

소득격차도 양극화 선동과 달리 개선되고 있다. 장용성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서울대 교수)과 한종석 아주대 교수 등이 2024년 6월 한국경제학회 국제학술대회에 발표한 분석 보고서를 보면 지난 20년간 한국의 소득불평등은 오히려 많이 개선됐다. 2002년 10.5배였던 하위 10%와 상위 10%의 소득 배율이 2022년에는 7.6배로 줄어든 게 확인됐다. 시기별로 보면 2005년부터 불평등 감소세가 뚜렷했다.

이 연구는 미국을 포함한 10개 선진국 등 총 13개 국가를 비교한 국제 연구 프로젝트였다. 국제적 비교로도 한국의 개선도는 우수하게 나왔다. 근래 한국의 경제가 좋지 않아 경제 악화를 체감하는 경우가 많아졌을 수 있지만 큰 틀에서 소득 불평등이 꾸준히 개선된 것은 인정해야 한다. 개선의 흐름이 남녀·연령대를 불문하고 비슷하게 나타났고, 여성의 개선 폭이 컸다는 점도 중요하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늘어나면서 남녀 간 소득격차도 좁혀진 것이다. 물론 자산 등의 격차 해소를 위한 노력은 더 기울여야 한다.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중산층의 심리적 요인도 정책에 고려할 필요는 있다.
√ 생각하기 - 불평등 수준 나쁘지 않지만 중산층 육성 중요 … WB "세계, 더 평평해져"
격차 문제에서 실상과 심리적 요인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 감정적 선동이나 감성적 주장은 사회통합에도, 경제발전에도 도움 되지 않는다. 이룬 것은 이룬 대로 인정하고 개선이 필요하다면 객관적으로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 세계은행(World Bank)에서도 앞서 전 세계적으로도 불평등은 줄어들었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불평등은 있지만 선진국과 신흥국 대부분 경제적으로 더 평평해졌다는 내용이다. 한국은 그런 점에서 모범 국가다. 다만 격차가 생기니 일각에서 그 격차 자체에 주목하고 비판한다. 소득뿐 아니라 자산에까지 격차 해소를 위한 노력을 더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상위 계층을 늘 바라보는 ‘일반 직장인’의 근로자 그룹이 심리적 불평등 의식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득·자산에서 탄탄한 중산층이 더 나오도록 경제구조를 고도화하고, 경제정책도 그렇게 펴야 한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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