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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시 "2년 전 직장 그만두고 집필…기쁘면서도 걱정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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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를 하며 틈틈이 글을 쓰던 정덕시 씨(필명·34)는 요즘 어떤 문학 공모전이 있나 살펴보다 ‘제1회 아르떼 문학상’을 발견했다. 퇴고를 끝낸 첫 장편소설 <거미는 토요일 새벽>을 보낸 뒤 잊고 지내다 당선 전화를 받았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당선 전화를 받고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어요. 전혀 기대하지 않았거든요. 이번에도 안 되면 깊은 장롱 속에 넣어두려고 한 작품이에요.”

한국경제신문은 지난 11년 동안 역량 있는 신인 작가를 다수 배출한 신춘문예를 폐지하고, 누구나 응모할 수 있는 장편소설 1개 부문의 아르떼 문학상을 신설했다. 심사에 석 달이 걸렸다. 그렇게 수상작으로 결정된 <거미는 토요일 새벽>은 뛰어난 문학성을 지니면서도 신선하고 독특한 이야기를 담았다. 타란툴라(거미)를 17년 동안 반려동물로 기르다 떠나보낸 사람의 이야기다. 심사위원들은 “소박하지만 응모한 작품 가운데 가장 현대적인 이야기를 다뤘다”고 평했다.

정씨가 거미를 기른 적은 없다. 대신 고양이와 15년 동안 살고 있다. “4년 전 고양이가 열한 살이 넘어가니 병원에서도 노묘라고 해요. 언제든 제 곁을 떠날 수 있다는 걸 갑자기 체감하게 된 거죠. 밀린 방학 숙제하듯 반려동물에 대해 생각해 보던 와중에 인터넷에서 타란툴라를 반려동물로 키운 사람의 글을 읽게 됐어요.”

짧은 글이었다. 자기가 소중히 여기는 타란툴라를 누군가 물건 취급하듯 마음대로 처리했다는 내용이었다. 찬반이 댓글로 달렸다. 거미인데 뭘 그러냐고 했다. 다른 누군가는 거미도 가족 같은 존재인데 너무했다고 했다. 정씨는 “나한테는 엄청 소중한 것이 누군가에겐 아무것도 아닐 때가 많다”며 “제 부모님도 고양이가 인간보다 중요하냐고 말하시곤 했다”고 했다. 그는 거미에 관한 책들, 동물에 관한 책들을 읽기 시작했고 점점 거미에 매료됐다.

<거미는 토요일 새벽>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나의 이십대와 삼십대를 함께한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났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나를 위로할 것이다. 하지만 두희가 거미란 것을 알게 되면 어떤 사람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그리고 두희가 타란툴라라는 것을 알게 되면 질문이 쏟아진다. 타란툴라는 어디서 구했는지, 타란툴라가 보호자를 알아보는지, 타란툴라에게 물려봤는지, 그래서 죽을 뻔했는지.”

대학 졸업 후 여러 곳을 전전하다가 웹툰을 만드는 회사에 정착했다. “나도 이제 사회의 일원으로 열심히 회사에 다녀야겠다”고 다짐했지만 문학이 가진 매력을 외면하기 어려웠다. 다시 글을 쓰기로 마음먹고 2년 전 회사를 그만뒀다. 이후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내고 있다.

그는 분기마다 한 편씩 공모전에 작품을 내왔다. 그럴 때마다 인터넷 닉네임 정하는 것처럼 필명을 달리했다. 당선되면 그 이름으로 쭉 활동하자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그의 필명은 앞으로 쭉 ‘정덕시’다. “인간 사회의 ‘정’이 뭘까, ‘덕’이란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누구누구 ‘씨’를 붙여 만든 이름”이라고 했다.

중간중간 공모전에 내본 <거미는 토요일 새벽>은 이번에 대대적으로 손을 본 작품이다. 그는 “예전 버전들은 한 번에 여러 가지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중언부언하는 느낌이 강했다”며 “이번엔 욕심을 버리고 여러 에피소드에 내용을 재분배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중요한 단어를 하나 누락하고 있었어요. 펫로스라는 말을 이번에 처음 썼는데, 저조차 이 단어가 가진 슬픔을 회피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이 단어와의 대면을 처음 시도했고, 그게 의미가 있었다고 봐요.”

당선됐지만 아르바이트하며 글을 쓰는 일상은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했다. “기쁘면서도 걱정되고, 두려우면서도 기대되고, 조용히 살고 싶은 마음과 기회를 잘 활용해 보고 싶은 마음이 동시에 들어요.” 그는 “내가 살아온 것들이 문학적으로 유효한 것일까, 제 나름의 실험이랄까, 그런 것을 확인해 보는 시간일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웹툰 회사에 다닐 때도 PD라 불리는 게 낯간지러웠다”며 “주변에서 ‘어이, 작가’라고 너무 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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