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2026년까지 서울 광화문광장 중심에 100m 높이의 게양대와 초대형 태극기(조감도)를 세워 광화문 일대를 국가상징공간으로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미국 워싱턴DC 모뉴먼트(170m)처럼 국격을 나타내는 조형물을 지어 국가와 역사에 대한 자부심을 높이는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있어 추진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시는 2026년까지 광화문광장에 태극기가 게양된 100m 높이 조형물과 애국의 의미를 담은 ‘꺼지지 않는 불꽃’ 조형물 건립을 추진한다고 25일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6·25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과 9·28 서울수복 참전용사 7명을 초청한 자리에서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일상에 늘 함께할 방법이 없을지 고민을 거듭한 결과 광화문광장에 국가상징공간을 조성하기로 했다”며 “모든 국민이 자긍심을 느끼는 공간이 되도록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가상징조형물 위에는 너비 21m, 높이 14m짜리 초대형 태극기가 게양된다. 서울시는 “3·1운동부터 서울 수복, 1987년 6월 항쟁 등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으려 할 때마다 태극기는 시대의 중심에 있었고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역할을 했다”며 “서울 수복 당시 태극기를 건 것처럼 다시 대형 태극기를 게양해 한국의 위상을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대형 조형물 앞에는 ‘꺼지지 않는 불꽃’도 설치된다. 기억과 추모를 상징하는 불을 활용해 일상에서 호국영웅을 기리고 한국의 영속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는다는 설명이다. 국가상징공간 옆 세종로공원(세종문화회관 북측)은 광화문광장과 연결된 녹지공간으로 조성된다. 오는 11월까지 통합설계 공모를 추진한 뒤 국가상징공간은 2026년 2월, 세종로공원은 2026년 11월 준공하는 게 목표다. 두 조형물 건립에 총 110억원이 투입된다.
광화문광장에 태극기를 상시 게양하는 아이디어는 2015년에도 추진됐다가 무산됐다. 광복 70주년이던 당시 국가보훈처가 45.8m 높이 게양대 설치를 주도했지만 당시 서울시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했다. 지난달 서울시의회에서 대형 국기게양대 설치를 허용하는 조례가 통과되자 문화연대는 “국가주의를 통해 권력에 충성하게 하는 시대착오적 사고방식”이라고 비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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