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중국 해군 증강 분석’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해군력 증강으로 미국이 함정 수에서 열세에 놓이게 됐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조선업 강국인 한국, 일본과의 협력으로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CSIS가 공개한 중국 전투함은 234척, 미국은 219척이다. 하지만 이 보고서에선 항공모함이 빠졌다. 한·일의 해군 전력을 더할 필요도 없이 미국이 중국을 압도할 수 있는 이유는 항모의 존재다. 미국은 한 개가 웬만한 국가의 전체 전력에 맞먹는다는 항모 전대를 11개나 운용하고 있다. 최근 3호 항모인 푸젠함을 선보인 중국이지만 여전히 미국엔 비교 불가 열세다.
미국의 항모 11개 중 해군 제독의 이름을 딴 니미츠함과 정치인 이름을 붙인 칼빈슨함, 존 C 스테니스함 외에는 모두 역대 대통령의 이름이 붙어 있다. 조지워싱턴함, 에이브러햄링컨함, 시어도어루스벨트함을 제외하면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부터 조지 H W 부시까지 비교적 근래의 대통령 이름을 땄다. 이미 건조를 마치고 내년 인도되는 최신 항모 존 F 케네디함도 있다. 하지만 세 명의 대통령이 빠졌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해군 장교 출신이다. 린든 B 존슨, 리처드 닉슨, 지미 카터가 그들이다. 존슨은 베트남전으로 인기를 잃었고 닉슨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불명예 중도 사임한 탓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대통령 중 유일하게 잠수함 근무 경험이 있는 카터는 본인의 희망으로 항모 대신 핵잠수함에 이름을 붙였다.
지난 22일 미국 핵항모 루스벨트함이 처음 부산항에 들어왔다. 한·미·일 군사훈련인 ‘프리덤 에지’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그런 루스벨트함을 어제 윤석열 대통령이 방문했다. 미국 항모에 한국 대통령이 승선한 건 1974년 박정희 대통령, 1994년 김영삼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다. 6·25전쟁 74주년을 맞아 대구에서 참전용사들을 위로하고 부산에선 한·미 장병들을 격려했다. 함재기 90여 대를 실은 동맹국의 전력이 든든하긴 하지만 언젠가 우리도 태극기를 단 항모 전단을 구축할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김정태 논설위원 in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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