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역 장군이 육군 12사단 훈련병 사망사건의 피해 장병에게 규정을 위반한 군기 훈련(얼차려)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중대장과 부중대장을 구속하지 말라고 주장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예비역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 성우회' 홈페이지에는 지난 21일 육군사관학교 14기이자 하나회 출신으로 알려진 문영일 예비역 육군 중장의 글이 올라왔다. 제목은 '중대장을 구속하지 말라! 구속하면 군대 훈련 없어지고 국군은 패망한다'다. 이 글은 25일 기준 삭제된 상태다.
문 예비역 중장은 "군 훈련 특성이 고려된 원칙과 상식대로 해결되리라 믿어왔지만, 끝내 주어진 임무 완수를 위해 노력을 다한 훈련 간부들을 군검찰이나 군 사법 체계가 아닌 민 사법 체계가 전례 없이 훈련 중 순직을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한 것에 대해 크게 실망함과 동시에 크게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문 예비역 중장은 해당 부대 중대장과 부중대장에게 형법상의 죄가 없다고 했다. 그는 "중대장과 부중대장은 6명에게 한 바퀴 100m도 안 되는 좁은 곳으로 추정되는 연병장에서 제한적인 완전군장 얼차려 훈련을 시켰다"며 "6명 중 1명이 실신하자 위급함을 즉감하고 지휘관으로서 응급조치 즉 적절한 조치를 다 했다"고 했다.
중대장 등은 훈련병이 쓰러진 뒤 의료체계를 통해 치료받게 조치했으니, 이후 사망한 문제의 책임을 오롯이 중대장에게 물을 수 없다는 취지다. 그는 "다시 말하면 병사의 순직은 단순히 얼차려 훈련으로, 적절한 조치가 없어 발생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그 결과(사망)는 민간병원이나 군 의료체계에 책임이 있는 것이고 중대장에게서 이미 떠난 사후 조치 문제를 중대장에게 물을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문 예비역 중장은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평화 시 군대는 '훈련 때 땀 한 방울은 전시에 피 한 바가지를 절약한다'는 각오로 실전과 같이 훈련해야 한다"며 "군대 훈련은 개인은 단체 속에서 희생되기도 한다는 각오로 훈련해야 하고 훈련돼야 한다. 물론 희생자의 가족들은 고통을 당하면서 난감하기 그지없겠으나, 개인적으로는 운명이라 생각하시고 부대 전원과 국군과 국가의 위로를 받으셔서 한동안의 실망을 극복하시라"고 했다.
문 예비역 중장은 군대 내 인권 침해 사건을 공론화시키는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이 조직이 그동안 국군 내부를 휘저어 개선, 발전보다 국군 위상을 저해한 경우가 많았다"며 "국군의 발전에는 전혀 무관하게 국군의 사건·사고에 기름을 붓고 즐거워하고 있다"고 했다.
춘천지법은 지난 21일 육군 12사단 훈련병 사망사건의 피해 장병에게 규정을 위반한 얼차려를 지시한 중대장(대위)과 부중대장(중위)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피의자들은 지난달 23일 얼차려 도중 쓰러진 고(故) 박 모 훈련병에게 적절하게 조처하지 않은 과실로 박 훈련병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