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우리 직원들이 일에만 매진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은 지난 14일 인터뷰에서 “심해 석유 개발 사업은 지금까지보다 앞으로 몇 달이 더 중요하다”며 여러 차례 이런 당부를 했다. 이달 3일 윤석열 대통령이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최대 2000조원 규모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수 있다는 물리 탐사 결과를 발표한 뒤 야당과 일부 언론들이 3주일째 전방위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김 사장은 토로했다. 그는 “(국회가 요구한) 제출 자료를 준비하느라 직원들이 거의 탈진 상태”라며 “데이터를 검토해 최적의 시추 위치를 정하고 투자자와 협상도 해야 하는데 손도 못 대고 있다”고 호소했다.
인터뷰를 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른바 ‘대왕고래 프로젝트’로 명명된 이번 사업에 대해 국정조사까지 하겠다며 오히려 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다. 급기야 석유공사는 19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메이저급 석유사를 포함한 다섯 곳의 투자자가 사업 참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비밀 유지가 핵심인 자원 개발 사업에서 ‘투자 의향’을 제시한 기업까지 공개한 것은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다. 무분별한 의혹들이 제기되는 국내와 달리 해외에선 내로라하는 석유메이저와 투자자들이 이번 석유 탐사에 상당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는 항변이다.
물론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다. 하지만 성공 시 얻게 될 막대한 수익을 감안하면 탐사 결과를 검증할 시추는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한국 주도의 이번 프로젝트에서 쌓을 탐사·시추 경험이 글로벌 자원 확보 경쟁에서 한국의 경쟁력을 높여줄 수 있다는 분석(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도 있다.
자타 공인 에너지 전문가인 김 사장은 이번 탐사의 성공을 자신했다. 그는 글로벌 석유메이저인 쉘과 SK이노베이션 기술총괄사장 등 민간 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뒤 2021년부터 석유공사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김 사장은 “과학기술적으로나 경영적인 판단에서도 영일만 석유는 해볼 만한 프로젝트라고 확신한다”며 “사업 과정과 근거에 대해 궁금한 점은 책임지고 차근차근 풀 테니 (직원들이) 여유를 갖고 일할 수 있게만 해달라”고 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1993년 7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임원회의에서 “적게밖에 못 바뀔 사람은 적게 바뀌어서 적게 기여해라. 그러나 남의 뒷다리는 잡지 마라”는 말을 남겼다. 수천억원 예산이 뒷받침되는 사업에 대해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에 이견을 달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런 검증이 뒷다리 잡는 일이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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