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인투자자들이 '8만전자'(삼성전자 주가 8만원대)에 안착한 삼성전자 주식을 대거 쏟아내고 있다. 증권가(街)에선 삼성전자 주가에 대해 긍정적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되레 차익실현 매물을 쏟아내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1600원(1.96%) 내린 8만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9일 한 달여 만에 주가가 다시 8만원대로 올라선 바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최대 납품처인 엔비디아로의 품질 인증이 곧 통과될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외면하고 있다. 이달 들어 현재까지 개인투자자는 삼성전자 주식을 총 2조961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개인 순매도 종목 1위다. 개인 순매도 2위인 SK하이닉스(5758억원)보다도 4배 가까이 많다. 이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8.8% 올랐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대거 사모으고 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 2조2917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 순매수 종목 1위다.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함께 같은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 주식도 1조3323억원어치 담았다.
증권가는 삼성전자 주가의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올 하반기 범용 메모리 반도체 실적이 견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HBM 품질 승인이 가시권 안에 들어왔다는 판단 때문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 범용 D램 가격 상승에 따른 실적 개선 효과가 커질 것"이라며 "북미 고객사의 HBM 품질 승인도 시간 문제일 뿐 방향성 측면에서 3분기 이후 공급 가시성이 뚜렷하다"고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그러면서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2만원으로 제시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도 "HBM에서 경쟁사와 격차가 줄어들고 있고, HBM3e(5세대) 12단의 경우 오히려 삼성전자가 먼저 납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올해와 내년 모두 AI 반도체 공급과잉 가능성이 적은 데다 메모리 제조사에 우호적 환경이 지속되는 만큼 삼성전자 주가 상승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고 분석했다. 황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적정주가를 12만원으로 평가했다.
반면 인터넷 포털 종목 토론방에선 "주가 흐름이 증권가 전망과 반대다", "9만전자보다 6만전자가 빠를 것", "SK하이닉스 먼저 사는 게 낫다", "9만원대에 사고 아직 못 파는 중", "HBM 품질인증 통과해도 수율 때문에 대량 납품이 쉽지 않아 주가가 지지부진 할 것 같다"는 등의 반응이 나왔다.
삼성전자 반도체 담당 임원들은 최근 들어 삼성전자 주식을 잇따라 매입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임원 4명은 자사주 총 1만1800주를 신규 매수했다. 금액으로는 8억9312만원어치에 달한다.
경계현 사장에 이어 지난달 DS부문장에 취임한 전영현 부회장은 지난 13일 5000주(주당 7만5200원)를 3억7600만원에 사들였다. 이정배 메모리사업부 사장은 12일 주당 7만5800원에 3800주(총 2억8804만원)를,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은 14일 주당 7만5800원에 1000주(총 7580만원)를 매입했다.
남석우 삼성전자 DS부문 제조&기술담당 사장도 13일 주당 7만5200원에 1200주를 사들이고 17일 800주를 7만8800원에 추가 매입했다. 금액만 총 1억5328만원에 달한다. 송재혁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반도체연구소장(사장)이 11일 매입한 2300주(1억7917만원)까지 포함하면 DS부문 임원이 사들인 주식만 10억원이 넘는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