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SBG) 회장은 21일 “인간 지능의 1만 배에 달하는 초인공지능(ASI)을 10년 내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도쿄 SBG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다. 손 회장이 공식 석상에서 그룹 비전을 직접 설명한 것은 약 8개월 만이다. 그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두 시간에 걸쳐 미래 비전을 조목조목 밝혔다.
손 회장은 “SBG의 사명은 인류의 진화”라며 “ASI를 10년 내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범용인공지능(AGI)에서 진화한 ASI는 전 인류가 가진 지혜의 1만 배에 달하는 지능을 의미한다. 그는 “ASI는 AGI가 뇌의 신경세포처럼 연결된 것”이라며 “나는 ASI를 실현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금부터 10년은 인류 20만년 역사를 바꿀 것”이라며 “ASI를 가진 스마트로봇이 생산, 청소, 쇼핑 등 모든 물리적인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여러 로봇 회사에 투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SI가 인류의 숙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그는 “지난해 아버지를 잃은 뒤 절망에 빠졌다”며 “그 절망감을 1만 배의 지능이 있다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암으로 죽지 않게 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ASI가 재난, 전염병, 전쟁까지 억제할 수 있다는 게 손 회장의 기대다.
손 회장은 영국 반도체 설계 업체 ARM을 인수한 것이 AI 초석을 다지게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ARM 인수 당시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이 이례적으로 빨리 (대출을) 승낙해 도움이 됐다”며 “이어 서버, 클라우드, 하이엔드 정보기술(IT) 등이 더해졌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라 ARM 주가는 최근 1년 새 153%가량 급등했다.
그는 “ARM이 모든 구상의 중심에 있다”며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등에 생성 AI를 끼워 넣을 것”이라고 밝혔다. ARM에 대해 “천재적인 설계자 집단이 있다”며 “ARM 라이선스가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오라클에도 사용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엔비디아, 오픈AI 등에 대한 인수 또는 투자를 검토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그는 “놓친 물고기가 많다”며 “그러나 지금은 ARM의 미래를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데이터센터가 전력을 대량으로 소비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지구 온난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ARM의 기술력을 통해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종종 투자자인가 사업가인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며 “나는 둘 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기업 경영자는 모두 투자자적 시각으로 사업을 바라봐야 한다”며 “두 가지 관점을 모두 갖지 못하는 사람은 이미 사장 자격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