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에게 일을 하고 친구, 동료들과 소통하며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일 수 있다. 하지만 경계선 지능인들에게는 일반인들과 같은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기회조차 잘 주어지지 않는다. 경계선 지능인에게는 일을 할 수 있는 공간뿐만 아니라 동료들과의 소통하는 시간도 매우 소중한 시간이다.
휘카페는 경계선 지능 청년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일터인 동시에 이들이 평범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역할을 해주는 곳이다. 휘카페(HYGAFE)는 덴마크어로 행복이라는 뜻을 지닌 휘게(HYGGE)와 카페(CAFE)를 합성한 단어이다. 경계선 지능인 청년들은 이곳에서 사회생활을 배우며 행복을 찾는 연습을 하고 있다.
경계선 지능인 자녀를 둔 부모이자 경계선 지능인 청년들의 일자리를 만드는 휘카페를 설립한 권오진 대표를 만나보았다.
휘카페는 어떤 공간인가요
“경계선 지능인 친구들의 쉼터이자 놀이터에요. 경계선 지능인 친구들은 평상시 일 경험에 대한 욕구가 매우 커요. 그런데 다른 업장에서는 아르바이트를 안 받아 줘요. 여기에서 일함으로써 동료들 간 소통, 고객 대면 서비스를 하며 본인이 원했던 경험을 하게 되고 친구들을 만들고 있는 공간이 되고 있어요. 근무 시간을 늘려달라는 친구들도 있고 매일 출근하고 싶다는 친구들도 있어요. 상황상 근무 시간을 늘려주지는 못하고 있지만 이 친구들한테는 그만큼 이곳이 좋은 공간인 거예요.
보통 사람은 평범한 삶이라는 게 있잖아요. ‘평범한게 뭐가 어려워’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저희 청년들은 일반 청년들하고 달라요. 일단 친구 관계를 유지하지 못해요. 같은 경계선 지능인 친구들이라도 나타나는 특성들이 너무 달라요. 나타나는 스펙트럼이 너무 다양하다 보니까 이 친구들 입장에서는 평범한게 너무 어려운거에요.
그런데 카페에서 일을 하다 보면 사람들과 대면하고 본인들끼리 대화하고 업무적인 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스스로 ‘나 좀 잘하네’라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어요. 자신감을 얻으니 자존감도 따라 올라가죠. 재작년에 카페를 처음 오픈했을 때 모르는 사람이 오면 주눅이 들어 말을 못했는데 사회생활을 하며 자신감을 얻으면서 이제 조금씩 밝아지고 손님이 와도 이야기를 잘해요. 이런 것들이 쌓이다 보면 이 친구들은 이제 평범한 사회구성원으로서 충분히 살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휘카페를 설립하시게 된 계기와 이유가 무엇인가요
“저희가 경계선 지능인 청년들의 일자리를 찾아주기 위해 2021년에 동대문 사회복지관과 함께 24명 정도의 청년들과 바리스타, 디저트, 디자인 등을 각각의 업체 임원들을 모시고 직무교육을 했었어요. 1년간의 훈련을 통해서 ‘한두 명은 충분히 취직시킬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지만 한 명도 취직이 안 됐어요. 그래서 부모들 입장에서 굉장히 절망했죠. 1년 동안 전문적으로 교육을 했음에도 취직이 안 되고 취업을 도와주는 학원에 가도 눈높이 교육이 안될텐데 어떻게 취직을 하겠냐에 대한 걱정이 컸어요. 그래서 저희가 창업해서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돕고자 했어요. 경계선 지능인 친구들을 거기에 일을 할 수 있게끔 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 생각했거든요.”
카페를 운영하시면서 가장 많이 고려하시는 점은 무엇인가요
“경계선 지능인 청년들이 자신감을 갖고 자존감을 올리며 사회성을 향상하는데 많은 배려를 하고 있어요. 저희는 후원금과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닌 순수 사업 매출로서만 유지가 되는 일반 카페에요. 하지만 당장의 수익보다는 카페를 운영하면서 청년들의 업무 역량을 계속 확대하고 자존감과 사회성이 향상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어요.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는지 계속 모니터링과 멘토링을 하며 이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거에요. 경계선 지능인 청년들과 카페를 위해서라도 청년들이 성장해야지만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사업도 유지를 할 수 있어요.”
아드님께서 경계선 지능인이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경계선 지능인 가족으로서 가지고 계신 고충이 있으신가요
“저는 40대 중반에 은퇴했어요. 인생을 설계할 때 1막과 2막으로 나눴었어요. 정말 고생해도 나중에 일을 안 하고 먹고사는 것이 인생 1막의 목표였고 이를 기초로 해서 제가 하고 싶은 거를 편하게 하며 나머지 인생을 보내는 것이 2막의 목표였어요. 1막을 마무리하고 2막을 위해 제주도로 내려가게 됐고 아들도 일본어를 잘했기에 제주에 있는 대학에서 일본어 학과를 다니게 되었어요. 그러던 중 2학년 때 왕따를 당해 졸업도 어려웠었지만 무사히 졸업하게 했고 펜션이나 카페 등 아들이 원하는 것을 해주려 했어요.
하지만 아들은 친구들처럼 취직하고 싶다고 본인이 이력서를 써서 내더라고요. 이력서를 보면 학점은 좋지만 면접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어요. 면접관들이 이야기를 해보면서 어딘가 이상하니까 불합격을 시킨 거 같아요. 이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아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스스로 고립이 되더라고요. 저는 아들하고 라포(rapport)와 신뢰가 충분히 형성돼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들이 저에게 거짓말을 하는 거예요. 그때부터 야단치는 등 갈등이 1년 정도 반복되니까 집사람이 너무 힘들어 했어요. 아들이 엘리베이터를 타도 사람이 있으면 등을 돌리고 그런 모습들이 심각해지니까 집사람이 지옥에 사는 것 같아 힘들다고 얘기했어요. 제가 이전에는 자녀가 한 명밖에 없으니까 자녀가 필요한 것은 충분히 해줄 수 있지라는 자만에 빠져 있었는데 돈으로 안되는게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면서 뭘 해야 하는지를 모르겠더라고요.”
고충을 어떻게 해결하고자 하셨나요
“저랑 똑같은 고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인터넷을 통해서 저랑 비슷한 고민이 있는 사람들끼리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생각을 갖고 찾아봤지만 제주에는 없더라고요. 너무 답답한 마음에 제주도에 있는 장애인복지관에 가서 ‘아들을 프로그램에 꼭 넣었으면 좋겠다. 친구를 만들기 위해 복지관에 있는 친구들과 어울리게끔 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복지관에서는 장애인이 아니어서 프로그램을 할 수 없다고 그러더라고요. 결국 제주도에서는 방법이 없어 검색하던 중 회원 1만명이 있는 카페를 보게 되었고 아들하고 비슷한 사람이 너무 많은 거 같아 함께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게시글을 올렸어요. 며칠이 지나 서울에서 자녀 7명이 모이고 있으니 이 모임에 오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을 주셔서 고민하다가 우리 아들을 데리고 2019년 4월에 처음 올라왔던 것 같아요.
모임이 토요일과 일요일에 있어서 서울로 이사오기 전인 2020년 1월까지 거의 8개월을 서울과 제주를 왔다 갔다 했어요. 그러더니 아들이 바뀌는 거예요. 거짓말을 하고 항상 우울하고 술도 많이 마시고 사람도 잘 못 만나고 그랬던 모습이 원래대로 돌아오더라고요. 그래서 고민해서 아들을 위해서라도 아들이 바뀔 수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해 지옥에서 벗어나고자 이사를 했어요. 모임에 계속 참여하며 노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경계선 지능인 아이들이 취직하고 싶어 하지만 현실적으로 막혀있는 상황을 보며 사회성을 기르고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스스로 경제적 자립을 하도록 하기 위해 작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휘카페를 설립했어요.”
아드님을 어떻게 케어하고 계신가요
“가능하면 하고 싶은 거를 많이 시켜주고 있어요. 아들이 일본어 학과를 나온 만큼 외국어 쪽에 관심이 많았고 현재는 카페보다 운전 쪽에 관심이 많아요. 제주도에서는 혼자 운전하고 다녔지만 서울은 위험하고 복잡하니까 부모 마음에 위험하니 처음에는 안 된다고 했어요. 하지만 아들이 강력하게 원해서 카페 일을 하게 하면서 남는 시간에 본인이 좋아하고 있는 언어 공부나 운전 공부를 하게 했어요. 그 후로 아들이 카페 일을 하고 남는 시간에는 외국어 공부, 운전 공부를 하거나 카페에서 만난 친구들하고 놀더라고요. 그러자 아들이 작년 11월에 카페 일을 어느 정도 할 줄 아니 약속했던 운전 연습을 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요구했어요. 허락했더니 작년 12월에 대형 면허를 따고 올해 1월에는 버스 운전 자격시험도 따왔더라고요.
면허도 있으니 버스회사에 취업하려 했는데 서류는 통과가 되지만 면접에서 계속 탈락해서 취직이 안 됐어요. 하지만 지금도 아들은 운전을 하기 위해 업체를 찾아보고 취업을 시도하고 있을 만큼 의지가 강해요. 그래서 부모로써 뭘 하라 하지마라 개입은 안 하고 많은 것을 시켜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제도적으로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경계성 지능인들을 위해 어떠한 방안이 가장 필요하다 생각하시나요
“저는 경계선 지능인들을 위한 교육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경계선 지능인하고 일반인의 차이는 분명해요. 하지만 경계선 지능인하고 장애인의 차이도 극명하거든요. 발달장애인 같은 경우는 교육하더라도 정상적인 생활을 하게 만드는 건 어려워요. 경계선 지능인은 느린 학습자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는 시간은 걸리지만 배울 기회를 충분히 주면 어느정도 따라간다는 의미에요. 그런데 국가가 이 친구들을 그대로 방치하면 발달 장애처럼 더 떨어지는 경우도 있어요. 이 경우 사회적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요. 경계선 지능인 친구들을 위해 정부가 특수학급을 만들고 특별한 커리큘럼을 수립해 특화된 교육을 하면 적어도 이러한 상황은 방지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학령기 때는 교육시스템을 이 경계선 지능인 친구들에게 맞게끔 보완이 되어야 할 필요가 있어요.
하지만 청년들의 경우 이미 학령기를 벗어났어요. 이 친구들은 이제 살아가는 게 중요하지만 사회에서 일반 청년들과 경쟁하기 힘들어요. 그래서 고용주가 경계성 지능인 청년들을 고용했을 때 혜택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고용주들이 70%를 부담하고 고용안정기금에서 30%를 부담하는 방안이나 경계선 지능인 청년들의 최저시급을 낮춰주는 등의 제도적 부분이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취업 취약계층으로 지정하여 창업했을 때 국가가 좀 더 적극적인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이루어지면 좋을 거 같아요.”
휘카페 운영자이자 경계선 지능인 부모님으로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실까요
“한 기업의 사회공헌팀에 경계선 지능 청년들을 위한 지원을 제안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본인들은 중증장애인을 중점으로 사업을 구상했기에 어려울 것 같다고 답하더라고요. 저는 일반 기업에서도 저희 휘 카페랑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관심을 가져서 같이 협업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또, 어느 정도 훈련이 된 경계선 지능 청년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지만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이에요. 이에 공공기관들도 이들을 위해서 공공건물이나 공공 기관의 한 곳에 청년들이 일을 할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해 협업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주면 훨씬 좋을 거 같아요.”
이진호 기자/남현우 대학생 기자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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