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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슈 찬반토론] 집값 못 잡고 논란만 큰 토지거래허가제, 유지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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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발동하는 행정권한 중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권이 있다. 집값이 급등할 때 중앙정부와 교감하에 동 단위의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발동한다. 사실상 토지거래허가제인데 해외에서는 드물다. 시장경제 체제의 근간인 사유재산을 침해하면서 개인 간 계약자유의 원칙을 무시하는 위헌적 규제라는 비판이 잇달아 나왔으나 부동산 안정이라는 명분 아래 계속되고 있다. 비판론 중에는 이 제도가 개인 간 매매를 어렵고 복잡하게 할 뿐 주택시장에서 효과가 없는 ‘철권 행정’이라는 지적도 있다. 가격상승을 억제한다는 취지를 못 살린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강남·송파구 4개 동에 대해서는 1년씩 4차례나 연장 지정하면서 주민 반발을 사고 있다. 투기 억제를 내세운 토지거래허가제, 유지해야 하나.
[찬성] 급등 서울 집값 시장에만 맡겨선 안 돼, 지역 간 연쇄 파장…근로 의지도 꺾어
서울시는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과 송파구 잠실동 4개 동 14.4㎢ 지역에 대해 2025년 6월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또 지정했다. 2022년 6월 이후 1년 단위로 5번째다.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상가·토지를 거래할 때 관할 구청장 허가를 받게 한 것이다. 구입자 본인이 직접 들어가 사는 경우에만 허가를 해주고, 임대를 놓거나 전세를 끼고 사는 거래는 금지다. 주택 구매자를 최대한 줄여 집값이 오르지 않도록 하겠다는 조치다.

이런 극단 조치가 바람직하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불가피한 조치다. 소위 인기 지역에서 수요가 몰리면서 집값이 뛰기 시작하면 단기간에 억 단위로 오르는 경우를 종종 봐왔다. 해당 지역에서 오르는 집값도 문제지만 다른 지역까지 즉각 오르는 연쇄 파장을 막자는 취지다. 주택시장의 불안은 전체 경제에 여러모로 좋지 않다. 아파트 등의 단기 급등은 많은 중산층과 서민들의 내 집 마련 희망을 꺾는다. 다수 직장인의 근로 의지도 훼손한다. 주택시장에서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패턴을 보면 이른바 한강 변 아파트 등 특정 지역 고가 주택이 한번 뛰면 다른 지역도 덩달아 올라 단순히 물가상승 이상의 부작용을 초래한다. 근로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소비심리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다소 무리해도 집값은 안정시켜야 한다.

주택·토지와 관련된 각종 세금과 금융 규제로 시장에 대응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저금리 등의 영향으로 불안심리가 형성되면 이런 조치만으로 대응이 쉽지 않다. 세금은 준비 기간도 필요하고, 금리 올리기 등 금융 대책은 다른 산업과 가계에 미치는 종합적 파장 때문에 쉽게 동원하기가 어렵다. 금리를 담당하는 한국은행이 집값만 보면서 이자율을 올려준다는 보장이 없다.

급등하는 집값을 시장에만 맡겨둬 기형적 양극화가 심해지게 할 수도 없다. ‘국제교류복합지구 조성’ 등 시 주도 개발 호재로 인한 집값 앙등을 막자는 취지다.
[반대] 계약자유 막고 사유재산권 제한, 가격안정은 글쎄…'풍선 효과' 유발
토지거래허가제는 1970년대 토지공개념에 따라 도입돼 1978년 말에 처음 시행됐다. 반세기 전 경제 개발기에 정부가 무소불위의 강력한 권한을 남용하던 시대의 잔재다. 투기 방지라는 명분 아래 너무도 강력한 규제여서 위헌이라는 지적이 자주 나왔다.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의 근간인 사유재산제도를 과도하게 침해하고,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로운 개인 간 계약자유의 원칙을 침범하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개인들의 소유물인 주택을 소유자와 구매자가 자유의사로 사고파는 것을 왜 행정 당국에 신고하고 허가를 받아야 하나. 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그 안의 주민은 마음대로 집을 팔기도 여의찮고, 구매 희망자는 편하게 사기도 어려워진다. 이런 황당한 일이 자유시장경제의 한복판에서 자행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구청에서 심사해서 허가를 내준다 해도 매매 과정이 많이 복잡해진다. 구매자는 집과 땅을 살 돈을 어떻게 조달할지 자세하게 문건으로 제출해야 한다. 자금조달 계획이 불분명하면 거래 허가가 나지 않는다. 나더라도 이 자료가 국세청으로 전달돼 탈세 등의 조사에 활용된다. 주택 매수자는 구입 후 무조건 2년간 그 집에서 살아야 한다. 희망하는 곳에 집을 마련해두고 해외 근무에 나갈 수도 없고, 해외 주재원이 귀국에 맞춰 미리 아파트를 구입해둘 수도 없다.

명분만 거창할 뿐 효과도 입증되지 않았다. 주민들 반대 속에 논란만 계속될 뿐이다. 강남·송파구 4개 동을 그렇게 억누르면서 인근 서초구 집값만 올랐다는 분석이 있다. 압구정동도 같은 경우도 허가구역이지만 침체 시장에서도 최고 가격만 속출했다. 투기를 부분적으로 막았을지는 몰라도 인근 지역이 올라가는 ‘풍선효과’만 생겼다.

가격 급등은 수급의 불균형 때문이다. 새집 공급이라는 근본 대책은 외면한 채 행정권이 시장에 직접 개입해 수요만 억눌러봤자 소용이 없다.
√ 생각하기 - 집값 잡는 건 공급…이념 기반한 철퇴 행정은 '반짝 효과'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 원리가 아닌 이념적 잣대나 탁상공론으로는 어떤 가격도 잡기 어렵다. 거래허가제 정도가 아니라 가격 결정까지 정부가 개입한다면 가격은 안정될까. 그런 경우에는 이중 가격이 형성된다. 정부가 정한 공식 가격과 서로 합의하의 실질가격이 생긴다. 사회주의 계획경제가 그렇게 하다 망했다. 거래허가제라는 논란 많은 쇠주먹보다 국민의 기본권인 재산권을 보장하는 게 궁극적으로 더 큰 가치를 확보하는 길이다. 주택시장에서 수요는 실수요와 가수요, 투기와 투자 등의 구별이 쉽지 않다. 투기 방지를 하겠다면 조세제도를 정교하게 하고, 금리조정과 제한적 대출 제한 정도가 바람직하다. 궁극적으로는 재건축과 재개발이 활성화하도록 해서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이뤄지게 해야 한다. 공급이 충분하고, 지속적으로 제대로 이뤄질 것이라는 메시지만 일관되게 제시해도 시장은 어느 정도 안정된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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