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이 대법원 판단을 받는다. 역대 최대 규모인 1조3808억원의 재산분할 산정 기준이 타당한지 복잡한 쟁점을 살펴야 하는 상황에 '판결문 경정'이라는 변수까지 생기면서 법원 판단에 관심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 측은 이혼소송 항소심 결과에 불복하는 내용의 상고장을 이날 제출했다. 상고장에는 '하급심 판결에 법령위반이 있다'는 취지의 간단한 내용만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 측은 내달 구체적인 상고이유서를 마련해 법원에 제출할 것으로 전해진다.
상고는 원칙적으로 피고인을 소환하지 않고 소송기록을 검토해 법률상의 방식에 위반하거나 상고의 이유가 없을 때 상고기각하거나 파기환송한다. 다만 예외적으로 피고인을 소환하거나 공개변론을 할 수 있다.
최 회장 측은 최근 서울고법의 판결문 경정을 계기로 하급심에서 또 한 번 다퉈볼 기회가 있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이 해당 사건을 파기환송할 경우 서울고등법원이 다시 심리해야한다. 서울고법 가사2부(김시철·김옥곤·이동현 부장판사)는 최 회장 측이 주식가치 산정에 중대한 오류가 있다고 지적하자 판결문을 즉각 수정한 바 있다.
재판부가 수정한 부분은 1998년 5월 SK㈜의 모태가 된 대한텔레콤(현 SK C&C)의 주당 가치다. 서울고법 가사2부는 당시 주식가액을 100원으로 계산했는데 판결문 경정을 통해 주당 1000원으로 수정했다. 이에 따라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의 회사 가치 상승 기여는 12.5배에서 125배로, 최 회장의 기여는 355배에서 35.6배로 수정됐다. 당시 최 회장측 법률대리인인 이동근 변호사는 "단순히 숫자를 고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해당 부분은 판결 논리의 뼈대이자 구조이자 기본 근거"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 관장측 이상원 변호사는 "항소심 법원의 논지는 원고 마음대로 승계상속형 사업가인지 자수성가형 사업가인지를 구분짓고 재산분할 법리를 왜곡해 주장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것”이라며 “원고 주장에 따르더라도 여전히 SK C&C주식 가치가 막대한 상승을 이룩한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이 상고심을 전원합의체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통상 판례 변경이 필요하거나, 대법관끼리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경우 구성된다.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이 재판장이 되고 대법관 전원의 3분의 2 이상으로 구성된 재판부다.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대법관 13명이 참여한다.
앞서 서울고법은 지난달 30일 최 회장이 노 관장과 이혼하면서 노 관장에게 재산 분할로 1조3808억원을, 위자료로 20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