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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얻으려면 'AI에게 점수 따는 법' 익혀야 하는 시대 [비즈니스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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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짓지 않으면 웃지 않았다고 떨어지고 동공이나 목소리가 떨리면 긴장했다고 떨어져요. 아나운서 발성 연습을 하라는 팁도 들었어요. 답안 체크를 빨리하면 ‘신뢰도’가 떨어져서 탈락하는 등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어요.”
(취업준비생 A 씨)

“AI 역량검사를 앞두고 있는데 미리 준비하란 분들도 있고 준비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란 분들도 있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갈피가 안 잡혀요.”(취업준비생 B 씨)

“지원자 성향을 미리 파악해 회사에 맞지 않는 사람은 추리는 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모 은행에 최종합격한 C 씨)

일자리를 얻기 위해 ‘AI에게 점수 따는 법’까지 익혀야 하는 시대가 됐다. 국내 취업준비생들은 영어시험 고득점, 관련 직무 경험, 회사 자체 필기시험 준비, 정성 담긴 자소서 등 복잡한 과정을 겪고 있다. 근데 여기에 ‘AI 역량검사’까지 추가됐다.

AI 역량검사(AI역검)는 사람이 아닌 AI가 빅데이터에 따라 지원자의 역량을 평가하는 제도다. 해당 전형은 서류와 필기 합격 후 본격적인 면접을 보기 전에 주로 치러진다. 지원자가 자기소개 또는 질문에 대해 답변한 영상을 바탕으로 AI가 지원자의 표정 변화, 목소리 톤 등 비언어적인 요소를 분석해 점수화한다. 보통 자기 보고식 과제-전략게임-영상면접 순으로 진행된다. 게임은 가위바위보, 도형 회전, 길 만들기, 순서 기억하기 등이 있으며 영상면접은 자기소개, 가치관 말하기 등이다. 지원자의 성격과 성향, 게임을 통한 행동 패턴 파악 등 성과 예측에 필요한 요소를 복합적으로 측정하겠다는 취지다.
AI 영향력 점점 커진다…구직자 권리는
점점 더 많은 기업이 채용에 들이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AI 역량검사 솔루션 업체 자인원의 집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역량검사를 도입한 기업은 총 630곳이다. 2019년 260곳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채용분야 인공지능(AI) 활용실태 및 공정성 확보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258개 기업 중 AI 채용을 활용하는 기업은 41.1%로 106개였다. 활용 유형은 필기 및 역량검사가 가장 많았으며 서류전형, 면접전형 순으로 활용했다. 직무적합성 평가와 필요인재 부합도 평가가 주요 목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AI 미활용 기업 152개 가운데 41%는 향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도입 사유는 △AI 채용이 공정할 것이란 기대 △비용 및 업무경감 △원하는 인재 선발 등 순이다. 다만 미활용 기업 중 11개 기업은 과거 AI 채용을 활용하다가 중단했다. 정확성, 타당성, 적절성이 중단 사유였다.

면접 전 단계에서 AI가 회사와 적합한 지원자만을 추리는 건 효율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한국직무능력평가연구소는 AI를 활용한 채용에 대해 ‘채용 효율성 극대화’, ‘주관적 판단 제거’, ‘채용 질 향상’의 이점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람이 AI에게 평가당한다는 거부감, 인재상 획일화 등의 우려가 있다고 분석됐다.

취업준비생 김하늘(25) 씨는 “서류를 겨우 합격했지만 대면면접도 가기 전에 AI역검에서 탈락했다. 모의시험에서 안정적이란 평가를 받고 성실히 임했으나 떨어졌다. 원인을 알 수 없어 막막하다”며 “(AI역검에서 진행하는) 쥐랑 고양이 술래잡기, 버스 번호 맞히기 등이 회사생활이랑 관련성이 있는지도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AI 채용으로 구직자 권리가 침해될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가 있다. 기존 법 규범이 AI 채용 문제를 규율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특히 현행법상 AI를 활용한 채용에서 투명성 및 공정성 확보에 대한 법적 근거는 마련되지 않았다.

이에 국민의힘 김위상 의원은 지난 6월 12일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기업이 채용에서 AI를 활용할 때 평가방식, 알고리즘 작동 방법 등을 구직자에게 알려 채용상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립하자는 게 골자다. 김 의원은 편향성이 주입된 AI로 인해 채용에서 구직자 권익이 침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세계 각국 ‘AI 채용 도구’ 규제 법안 시행
AI 채용은 미국 등 해외에서도 보편화되고 있다. 온라인 채용 업체 모던하이어는 전 세계 기업 가운데 45%가 채용 및 인사를 위해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집계했다. 또 잡스캔 조사에 따르면 미국 포춘 500대 기업 중 98% 이상은 AI를 인력 채용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AI 채용의 한계를 지적하는 움직임이 나온다. 지난해 7월 5일 미국 뉴욕시에선 편향 감사법(Bias Audit Law)이 발효됐다. 법안에는 AI 사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차별을 근절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뉴욕시의회가 2021년 가결해 여론수렴 과정 등을 거쳐 입법됐다. 법안 이름은 ‘NYC 144: 자동 고용 결정 도구법(AEDT)’이다. 해당 법안은 채용 및 승진 결정에 이용되는 특정 소프트웨어를 기업들이 매년 감사해 그 결과를 공개할 것을 의무화했다. 채용 과정에서 데이터 분석, 통계 모델링 등 AI에서 파생된 모든 자동 고용 결정 도구를 활용해 지원자를 평가할 시 지원자에게 해당 사실을 고지해야 한다. 또 지원자는 자신의 정보가 AI에 의해 수집, 분석되고 있는지 여부와 해당 정보가 어떤 정보인지 공개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또 기업은 매년 독립적 감시관을 거쳐 AI 기술 편향성을 점검해야 한다. 어길 시 최대 1500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외에도 뉴저지주, 캘리포니아주 등 다른 지역에서도 AI 채용 관련법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리노이주와 메릴랜드주는 AI 근로 감시 및 구직자 심사 활동에 특정 기술 사용을 제한하는 법을 제정했다. 지난 3월 유럽연합(EU)은 ‘인공지능 규제법(AI Act)’를 통과시켰다. 해당 법에는 채용에 사용되는 AI에 대한 규제사항이 포함됐다.



윤소희 인턴기자 ys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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