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선풍기를 제작한 신일전자는 1959년 모터 제조사로 시작했다. 5년 뒤 신일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모터는 소음이 없는 조용한 기술로 주목받았다.
고(故) 김덕현 신일 명예회장은 이 모터를 활용해 선풍기를 만들어 팔아달라는 상인들의 부탁을 받는다. 당시 선풍기는 가격이 비싼 미제와 일제가 사실상 유이해 서민들은 선풍기를 쉽사리 사용할 수 없었다. 이에 김 회장은 1967년부터 선풍기를 대량 생산하며 사업을 본격화한다.
당시 신일의 선풍기는 파란색 날개와 직관적인 버튼식 조작 방식으로 상인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큰 인기를 얻는다. 이후 유통망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신일은 1970년께는 국내 최초로 일본과 미국, 동남아에 선풍기를 수출하기 시작한다. 신일이 만드는 하루 선풍기 생산량이 1978년엔 1만대를 돌파할 정도였다. 국내 최초 선풍기를 대상으로 한 KS 표기를 취득했다. 2002년에는 일본에 수출한 선풍기가 200만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신일은 서큘레이터 등의 신제품을 앞세워 위기를 극복한다. 특히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스탠드형 서큘레이터가 큰 인기를 끌었다. 에어컨과 함께 사용하면 냉방 효과와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어 홈쇼핑 등에서 히트를 했다.
신기술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2018년 국내 처음으로 IoT 기술을 탑재한 선풍기를 선보인 게 대표적인 사례다.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으로 전원은 물론 바람 세기, 회전 등을 원격 작동할 수 있도록 했다. 리모컨을 찾아 헤맬 필요가 없다는 점 때문에 인기가 높았다. 이외에도 소음을 줄이면서도 강력한 바람을 만드는 ‘BLDC 모터’가 탑재된 고효율 제품, 음성인식 에어서큘레이터 등 다양한 혁신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지난 2022년엔 브랜드 유산(헤리티지)을 계승하기 위해 레트로팬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1980년대 선풍기 디자인과 동일한 외관을 갖춰 시선을 끌었다. 출시 당시부터 온라인에서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제품) 후기가 쏟아지며 품절 대란으로 이어질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최근 Y2K와 복고 트렌드가 유행하면서 신일은 한층 업그레이드된 기능과 디자인으로 '24년형 레트로팬'을 새롭게 출시하기도 했다. 이 레트로팬은 작은 사이즈와 1.6kg의 가벼운 무게로 만들어져 주거 공간이 협소한 1인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을 중시하는 이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로터리 스위치와 버튼 방식을 채택해 뉴트로 감성을 더했다. 소형이지만 강력한 바람을 제공하는 이 제품은 실용성과 디자인을 모두 중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일전자 관계자는 “24년형 레트로팬으로 헤리티지를 계승하면서, 지속해서 트렌드와 최신 기술을 반영한 혁신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며 “신일은 소비자 니즈에 맞는 제품으로 선풍기 시장을 이끌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