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6월 17일 14:5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부킹닷컴과 익스피디아, 트립닷컴 등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OTA)들이 하나투어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OTA의 약점으로 꼽히는 아웃바운드(한국인의 해외여행) 시장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일부 원매자는 대주주 지분 인수를 통한 경영권 확보를 넘어 공개매수 후 상장폐지 카드까지 검토하고 있다. 하나투어 주가가 기업의 본질가치에 비해 낮게 형성됐다고 판단해서다.
글로벌 OTA·PEF 관심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PE)는 지난달 하나투어의 매각주관사로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선정하고, 본격적인 매각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시장에선 하나투어가 매물로 나올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을 때부터 큰 관심이 이어졌다. IMM PE는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원매자들이 많아 예정보다 빨리 매각주관사를 선정했다.이제 막 매각 작업에 시동을 거는 단계임에도 부킹닷컴과 익스피디아, 트립닷컴 등 글로벌 OTA들은 하나투어에 큰 관심을 보이며 IMM PE를 물밑에서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OTA 입장에서 아웃바운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하나투어는 인수 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매력적인 매물이다. 하나투어 인수를 발판으로 수익성이 높은 패키지 여행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점도 글로벌 OTA가 하나투어를 관심 있게 지켜보는 이유다. 글로벌 OTA 외에도 복수의 글로벌 PEF 운용사들도 추후 인수전에 뛰어들 의사가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대상은 IMM PE가 보유한 지분 16.68%와 창업자인 박상환 하나투어 회장(지분율 6.53%), 공동창업자인 권희석 하나투어 부회장(4.48%) 등의 보유 지분을 합한 약 27.7%다. 일부 원매자들은 대주주 지분 인수를 통한 경영권 확보를 넘어 공개매수를 병행해 하나투어 전체 지분을 확보한 뒤 상장폐지를 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프랑스 PEF 운용사 아키메드가 미용 의료기기 업체 제이시스메디칼을 인수할 때 사용한 방법이다.
보통 회사의 실적과 향후 성장 가능성 등에 비해 주가가 낮게 형성된 경우 인수합병(M&A) 과정에서 공개매수 후 상장폐지 방법을 택한다. 쌍용C&E(한앤컴퍼니)와 커넥트웨이브(MBK파트너스) 등이 대표적인 예다. 하나투어는 이날 오전 11시 40분 기준 지난 3월 26일 기록한 7만200원 대비 18.2% 하락한 5만9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시가총액은 9430억원이다.
야놀자 대비 저평가된 몸값
최근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야놀자와 비교하면 하나투어의 몸값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어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10조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걸 목표로 나스닥 입성에 도전하는 야놀자는 지난 1분기 194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나투어는 작년 동기(830억원)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183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기준으로는 216억원을 거둔 하나투어가 야놀자(149억원)를 앞섰다. 하나투어 앱과 웹사이트의 월간 활성이용자수(MAU)를 합하면 470만명에 달해 여행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하나투어의 실적 개선세가 추후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일본 소도시와 중국 주요 관광지, 유럽 지역 등의 여행객 회복률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아직 60~80%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은 패키지 여행 수요가 많은 곳으로 하나투어를 이용하는 여행객이 주로 찾는 곳이다. 이곳으로 향하는 여행객 수요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고, 아웃바운드 시장이 꾸준히 성장한다면 하나투어는 2026년까지 매출과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매년 30%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나투어의 2026년 예상 EBITDA는 1700억~2000억원 수준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OTA 업체인 에어비앤비와 부킹홀딩스, 트립닷컴의 2026년 예상 기업가치 대비 상각전영업이익(EV/EBITDA)은 13~15배"라며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하나투어의 전체 기업가치는 2조~3조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한 매각 대상 지분의 가치는 1조원에 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