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상장하는 시프트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증권가에선 벌써 공모가보다 높은 목표주가를 제시하며 흥행을 예상한다. 시프트업은 크래프톤 이후 3년 만에 등장한 조 단위 게임사다. 이 때문에 게임주 투자자의 이목도 집중되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최근 시프트업에 목표주가 8만원, 투자의견 '매수'를 제시했다. 시프트업에 목표가와 투자의견을 제시한 건 메리츠증권(9만원·매수) 이후 두 번째다. 증권사가 아직 상장하지 않은 기업에 목표가, 투자의견을 매기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두 증권사의 목표가는 공모가 희망 범위 상단(6만원)을 최대 50% 웃돈다.
증권가에선 당연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시프트업이 조(兆) 단위 대어이기 때문이다. 조 단위 게임사의 상장은 2021년 8월 크래프톤 이후 처음이다. 게임사 신규 상장도 2022년 11월 티쓰리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게임 업종을 담당하는 한 연구원은 "시프트업은 인터넷·게임 업종을 통틀어 오랜만에 등장한 대형주"라며 "시가총액 규모도 증권가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규모"라고 했다. 시프트업의 공모가 상단(6만원)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3조5000억원에 달한다. 3조5000억원은 국내 게임 상장사 중 4위에 해당한다. 지난 14일 기준 펄어비스(2조8141억원), 카카오게임즈(1조7025억원)를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시트프업 앞에는 크래프톤(13조256억원), 넷마블(4조8048억원), 엔씨소프트(4조242억원)가 있다.
메리츠증권이 제시한 목표주가(9만원)에 도달하면 시총은 약 5조2000억원으로 불어나 넷마블과 엔씨소프트를 제칠 수 있다. 앞서 데뷔한 '조 단위 대어' HD현대마린솔루션처럼 공모가를 희망 범위 상단으로 확정 짓고, 상장 첫날 '따블'(공모가 대비 2배 상승)수준까지 오르면 시총은 약 7조원으로 껑충 뛸 전망이다.
시프트업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을 갖춘 점이 호평받고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올해 실적과 공모가 상단을 고려한 시프트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9.5배다. 국내 주요 게임주의 PER은 40.9배 수준이다. 닌텐도, 넥슨 등 해외 상장된 게임사의 PER도 20배를 웃돈다.
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시프트업은 '승리의 여신: 니케'가 흥행하며 작년부터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며 "신작 '스텔라 블레이드'도 순항하고 있어 시프트업은 단기간에 글로벌 흥행 지식재산권(IP) 2종을 보유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국내 게임 시장은 모바일에 편중돼있지만, 시프트업은 콘솔 시장에서도 호성적을 거뒀다"며 "내년 중국에 출시하는 '승리의 여신: 니케'가 시장 전망을 웃도는 성과를 낸다면 밸류에이션 매력은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장일 시장에 풀리는 물량이 많지 않은 점도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시프트업의 상장일 유통 가능 물량은 전체 주식의 18.02%다. 신주 발행하는 725만주(12.49%)와 재무적 투자자(FI) 카카오벤처스가 보유 중인 162만8200주(2.81%), 익명의 일반투자자 54만8940주(0.95%) 등 1045만4535주(18.02%)가 유통된다. 나머지 82%는 6개월 이상의 보호예수가 걸려있다. 유통 가능 물량은 상장일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오버행(잠재적 대량 매도 물량) 우려에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장 과정에서 시프트업은 증권신고서를 한 차례 정정했다. 시프트업은 금융감독원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추가 기재 사항을 협의해 자진 정정했다는 입장이다. 시프트업은 투자위험 요소에 대한 설명을 대폭 보강했다. 4월까지 '승리의 여신: 니케'가 기록한 월간활성이용자(MAU)도 기재했다. 단일 IP에 의존도가 높다는 우려를 해소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1분기 기준 시프트업의 매출 97.58%는 '승리의 여신: 니케'에서 나왔다. 비교기업에 대해선 승리의 여신 니케와 스텔라 블레이드가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하고 있어 해외 개발사를 택했다고 밝혔다. 시프트업은 일본 기업 3곳을 비교대상기업으로 선정했다.
증권신고서를 정정하며 IPO 일정은 15일가량 늦춰졌다. 일반 투자자의 공모주 청약은 다음 달 2~3일 진행된다. 지난 3일부터 진행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은 그대로 진행하되 마감일만 27일로 변경됐다. 총 19영업일 간 수요 예측을 받는 셈이다.
보통 수요예측은 5영업일 간 진행된다. 규정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가장 짧은 기간이다. 작년 개정된 '금융투자협회 대표주관업무 등 모범기준'에 따라 수요예측 기간은 5영업일만 넘기면 된다. 이 때문에 20일 가까이 수요예측을 진행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관련 규정 개정 후 6영업일 이상 수요예측을 진행한 회사는 시프트업이 유일하다.
시프트업 관계자는 "증권신고서에 회사의 주요 위험 요소 및 개발현황 내용을 추가했다"며 "국내외 투자자들이 여유롭게 투자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기간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