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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노화 막아준다는 기술의 허상…영생은 가능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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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수명이 나날이 늘어나는 가운데 항노화의 비법을 속삭이는 책이 해마다 수십 권씩 쏟아져 나온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이 더 젊고 오래 살 것이란 낙관적인 시나리오가 대다수다. 인체냉동보존술, 인공장기 복제술, 홍해파리와 히드라 등 영생을 누린다는 동물의 추출물까지….

신간 <우리는 왜 죽는가>를 쓴 벤키 라마크리슈난은 조금 다른 입장을 견지한다. 분자생물학의 권위자인 저자는 ‘21세기 불로초’를 향한 작금의 연구 성과를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리보솜의 분자 구조를 규명해 2009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그는 이렇게 진단한다. “이 분야는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공적 및 사적으로 엄청난 자금이 투자되며, 그로 인해 엄청난 거품이 끼어 있다. (중략) 우리가 노화와 죽음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지 솔직하고 객관적으로 설명해야 할 시점이다.”

항노화 기술을 점검하기에 앞서 저자는 ‘죽음은 왜 존재할까’란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냥 영원히 살면 안 되나. 모든 개체는 생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진화를 거듭해왔을 것인데, 생존과 정반대인 죽음이 여태 존재하는 이유는 뭘까.

명쾌한 정답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생물학자인 조지 윌리엄스는 ‘길항적 다면발현’을 주장했다. 서로 대항적인 특징을 동시에 갖고 있는 유전자가 있는데 그것의 특징들이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는 이론이다. 이런 유전자는 삶의 초반에 도움을 주는 특징이 나타나고, 번식이 끝난 이후 노년기에는 악영향을 주는 특징이 발현된다. 두 가지의 특징을 나누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기 때문에 죽는 것이다.

이 밖에도 긴 수명을 포기하는 대신 유전자를 전할 기회를 높였다는 ‘일회용 신체가설’, 늙은 개체가 젊은 개체에 자원을 양보하는 것이라는 ‘희생이론’ 등이 있다. 죽음에 대한 가설은 대부분 인체 그 자체보다는 유전자(DNA)의 전파를 전제하는 경우가 많다.

죽음의 원인이 어찌됐든 현재 연구 성과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싶은 독자라면 책의 11장을 따로 정독할 만하다. 인체냉동보존술, 뇌 이식술, 레스페라트롤과 메트포민 등 그럴듯한 이름으로 포장된 ‘생명의 샘’들이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설파하는 대목이다.

저자는 “인체냉동보존술이 성공을 거두리라고 믿을 만한 증거는 티끌만큼도 없다”고 단언한다. 몸에 부동액을 주입하는 시점부터 이미 몸속의 세포가 하나하나 엄청나게 파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암과 노화를 해결해준다고 선전하는 항산화 보충제는 또 어떤가. 2007년 진행된 한 연구에서 23만 명의 항산화제 복용자를 분석한 결과 베타카로틴, 비타민A 등 일부 성분은 오히려 사망률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령 이런 연구가 사실이라고 해도, 사회에 바람직한 효과를 가져올지는 따로 검토해야 할 문제다. 저자는 수명 연장으로 불평등이 훨씬 커질 것이라고 본다. 자, 처음 질문으로 돌아갈 때다. 인간은 꼭 영원히 살아야 할까. 영생에 대한 탐욕이 개인과 사회에 화를 부르고 있다는 저자의 지적은 곱씹을 만하다. <이기적 유전자>를 쓴 리처드 도킨스의 말이 사실이라면 “인간은 DNA라 불리는 분자를 후세에 전하기 위한 생존기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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