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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인도에 52.9℃ 폭염…우리는 더위로 죽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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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에 관한 책은 매년 지겹도록 나온다. 지구 곳곳에서 눈물을 흘리는 북극곰 소식을 들을 때면 안쓰러워진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위기감은 금방 차갑게 식는다. 내 일이 아니라 ‘남 일’이니까.

최근 출간된 <폭염 살인>의 저자 제프 구델의 시선은 조금 다르다. 아픈 건 지구가 아니라 인간이다. 책의 원제는 ‘The Heat Will Kill You First(더위가 당신을 먼저 죽일 것이다)’. 지구에 닥친 살인적인 폭염이 이미 우리 이웃을 덮치고 있다는 섬뜩한 묵시록이다.

북중미 파나마에선 해수면 상승으로 1300여 명이 삶의 터전을 옮겼다. 인도는 52.9도에 이르는 폭염으로 최소 45명이 사망했다. 먼 과거나 미래 얘기가 아니다. 모두 최근 북반구에서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하기 전부터 벌어진 일이다.

책은 산업혁명 이후 가장 뜨거운 해로 기록된 2023년을 예견하며 그해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해마다 ‘역대급 더위’를 경신하는 가운데 저자는 말한다. “2023년은 앞으로의 인류가 경험할 가장 ‘시원했던 해’로 기록될 것”이라고.

저자는 지난 20여 년간 남극과 북미, 아시아, 유럽 등을 오가며 폭염 현장을 취재했다. 영화 ‘설국열차’의 인물들이 얼어붙은 지구를 달리듯, ‘열국열차’를 타고 지구를 일주한 셈이다. 밀림의 원숭이들은 나무에서 우수수 떨어졌고, 플로리다의 물고기들은 바다에서 통째로 익어버렸다. 구더기들은 강둑에 널브러진 죽은 연어 주둥이 안에 알을 낳으며 호시절을 누렸다.

열국열차의 승객은 머리 칸과 꼬리 칸으로 나뉘었다. 혼자 사는 노인이나 집에 에어컨이 없는 가난한 이들, 속수무책으로 병상에 누워 있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피해를 봤다. 2018년 여름 메리코파카운티라는 동네에서 벌어진 참극도 그중 하나다. 한 노인이 한여름에 전기가 끊기며 열 노출로 사망했다. 전기료 176.84달러(약 24만원)를 내지 못한 게 이유였다.

이뿐 아니다. 기온이 오르면서 질병의 양상마저 뒤바뀌고 있다. 플로리다에 출몰한 이집트숲모기가 단적인 예다. 열대지방에서 뎅기열과 지카 바이러스, 황열을 옮기는 매개체다. 모기도 너무 뜨거운 곳에선 못 산다. ‘살기 좋은’ 서늘한 곳으로 이주를 선택한 것이다. 저자는 “코로나19는 팬데믹의 예고편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평균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미국의 1년 국내총생산(GDP)의 1.2%, 3000억달러(약 409조원)가 사라진다. 심장 및 신장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아진다. 아동의 시험 성적이 떨어지고 임신부가 유산할 위험이 커진다. 사람은 더욱 충동적으로 행동하고, 강간과 폭력 등 범죄가 증가한다.” 저자가 경고한 여러 문제 중 일부다.

해법은 단순하다.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에어컨 사용량도 줄여야 한다. 익숙한 해결책이 자꾸 되풀이되는 건 어쩌면 인류가 미루고 있는 ‘모범답안’이 이것뿐이라는 방증이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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