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의통화(M2)량이 사상 처음으로 4000조원을 넘었다. 해외로부터의 경상수지 흑자 유입, 은행의 대출 태도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면서 통화량 증가세가 최근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긴축적 통화정책이 제대로 작동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통화 및 유동성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M2는 4013조원(평잔 기준)으로 집계됐다. 전월보다 16조7000억원 증가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4000조원을 넘어섰다. 증가율은 3월 1.7%에서 0.4%로 줄었지만 올들어 통화량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년 동월대비 증가율은 5.0%에서 5.7%로 확대됐다.
상품별로 보면 수시입출식저축성예금과 요구불예금이 각각 7조3000억원, 2조8000억원 감소했다. 전월 교육교부금 교부로 인한 기저효과에 더해 금, 정기예적금, 주식청약 등 다른 투자처로 자금이 유출되면서 감소했다.
정기예적금은 10조2000억원 증가했다. 전월(15조5000억원 증가)에 이어 증가세가 이어졌다. 국내외 통화정책 전환(금리 인하)이 지연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자산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한은은 평가했다. 시장형상품과 수익증권도 각각 7조9000억원, 6조9000억원 증가했다.
경제주체별로 보면 기업은 요구불예금과 시장형상품 중심으로 18조9000억원 늘었다. 가계와 비영리단체는 정기예적금을 늘리면서 1조7000억원 증가했다. 기타금융기관은 수익증권 증가 영향으로 2조5000억원 증가했다. 기타부문만 6조원 감소했다.
협의통화(M1) 평잔은 1234조8000억원으로 전월대비 9조6000억원 감소했다. 금융기관유동성은 전월보다 10조6000억원 늘었고, 광의유동성은 전월말 대비 30조6000억원 줄었다.
대표적인 통화량 지표인 M2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한은의 통화정책이 긴축적인 것이 맞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한은이 통화량을 직접 조절하는 시절은 지났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1998년까지는 통화 공급량을 직접 조절했다. 하지만 물가 목표제가 도입되면서 가격지표인 금리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정책의 목표를 전환했다.
한은 관계자는 "금리를 통한 통화정책 체계에서는 기준금리 수준에서 시장의 자금 수요를 모두 공급하는 식으로 운영된다"며 "긴축적 통화정책이 작동하는지 효과를 보기 위해선 금융상황지수(FCI)와 장단기 금리차 등 가격 지표를 폭넓게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통화량 증가에 관한 질문을 받자 "금융상황지수 등을 종합적으로 보면 아직은 긴축적"이라며 "소비자물가지수(CPI)는 계속 떨어지고 있고, 근원물가가 떨어지는 걸 볼 때는 제약적인 수준에 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들어 통화량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에 대해 한은은 경상수지 흑자로 인한 해외로부터의 통화량 공급이 늘어나는 점, 은행의 대출태도가 여전히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는 점 등을 꼽았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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