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산업이 글로벌 업황 부진과 중국산 저가 제품 범람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중동이라는 막강한 경쟁자를 추가로 맞이해야 하는 형국이다. 석유화학 쪽만 걱정스러운 게 아니다. 철강도 건설경기 부진과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로 인해 매출과 수익성이 동시에 둔화하고 있다. 전기·전자와 디스플레이도 선진국 견제와 신흥국 추격에 끼여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계속 잃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요즘 산업계에선 업종별 경기 상황이 전통적 8 대 2 구도에서 2 대 8로 바뀌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업종별 부침이 있다고 하더라도 과거엔 호조를 보이는 업종이 8, 고전하는 업종이 2였다면 요즘은 반대라는 얘기다. 실제 주력 산업 면면을 들여다보면 반도체 자동차 정도만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
국내 주력 산업과 기업들의 부진은 중국 제조업의 부상이라는 외부적 요인 외에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지적처럼 2010년대 중국 특수에 취해 사업재편과 구조 개혁을 소홀히 한 여파라는 지적이 많다. 신흥국들의 추격권을 벗어날 수 있는 산업 고도화와 제품 차별화, 사업 체질 개선을 서두르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계속 밀려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기업 스스로 인재와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나가는 것이 급선무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사업재편과 구조조정 등에 대해서는 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배려, 노동조합의 협조가 뒤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