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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S&P500 지수가 일부 빅테크를 디딤돌 삼아 최고점에 달한 가운데, 소수 인공지능(AI) 업체 의존 장세를 둘러싸고 현지 전문가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최근 지수 상승 과정에서 엔비디아와 애플 주가가 따로 움직였다는 점에서 “우려할 일은 아니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의존 현상이 지수 급락을 부를 가능성이 줄었다는 것이다.
12일(현지시간)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애플 등 3개 종목의 합산 시가총액은 9조6252억달러(1경3219조2497억원)를 기록했다. S&P500 지수를 구성하는 500대 기업 전체 시가총액인 45조4160억달러(6경2374조3344억원)의 21.2%에 달한다. 이날도 엔비디아(3.55%) 애플(2.86%)의 급등에 힘입은 S&P지수는 5421.03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보다 45.71포인트 올라 최고치를 다시 썼다.
경제전문 매체 배런스에 따르면 이들 3사 시가총액 비중이 20%를 넘어선 것은 지난달 말부터다. 당시 투자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려가 컸다. 토르스텐 슬뢰크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초 이후 S&P500 시가총액 증가분의 35%가 엔비디아 한 종목에서 나왔다”며 “엔비디아가 계속 상승하면 괜찮지만, 하락이 시작하면 S&P500 지수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일주일 동안 분위기가 반전됐다. 최근 5거래일간 엔비디아 주가 상승률은 0.94%에 그쳤지만, S&P500은 8거래일 중 6일이 상승세를 보였다고 배런스는 짚었다. 수치는 애플이 견인했다. 애플은 지난 10일부터 이날까지 주가가 10.33% 뛰었다. 그간 인공지능(AI)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최근 ‘세계 개발자 회의(WWDC)’에서 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를 선보이며 투자은행들의 긍정적 반응을 끌어낸 것이 동력이었다.
투자은행 파이퍼샌더의 크레이그 존슨 수석 시장 전략가는 “애플의 강세는 S&P500 뿐만아니라 나스닥지수까지 신고점으로 끌어올렸다”며 “빅테크 주가가 반드시 엔비디아와 함께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 현재의 랠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상위 빅테크들의 주가 동조화 현상이 옅어지면서, 지수 급락에 대한 부담이 덜어졌다고 평가한 것이다.
오히려 걱정이 과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소수 빅테크 상승세가 타 기술주에도 온기를 퍼트린다는 점에서다. 유명 차트 분석가인 프랭크 카펠레리는 테크놀로지 셀렉트 섹터 SPDR(XLK)’ 상장지수펀드(ETF)의 수익률 상승 흐름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는 “XLK는 S&P500이 최고점을 찍자 2.21% 상승했는데, 엔비디아와 함께 구성 종목 대부분의 주가가 동시에 올랐다”며 “의존에 대해 우려할 단계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마이클 모부신 모건스탠리 매니징디렉터는 “이상적인 의존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면서도 “어쩌면 지금까지의 빅테크 의존도가 너무 낮지는 않았는지 되물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