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장비 전문업체인 AP시스템은 레이저어닐링 장비(ELA) 세계 1위 기업이다. ELA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의 해상도를 높이는 저온실리콘(LTPS) 결정화 공정에 필요한 핵심 디스플레이 장비다. 삼성디스플레이에 이 제품을 판매 중인데 세계 시장 점유율이 90%(시장조사업체 DSCC)에 달한다. 정밀 장비인 데다 개발에 시간이 걸려 후발주자인 중국 업체들은 아직 따라오지 못한다.
김영주 AP시스템 대표는 12일 “디스플레이 장비 매출 비중이 크지만 초심으로 돌아가 신규 반도체 제조장비 사업을 키울 것”이라며 “2년 내 매출 1조원 고지에 다시 오르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AP시스템은 2017년 역대 최대 매출인 1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AP시스템은 1994년 반도체 장비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사업을 시작한 뒤 1997년 반도체 웨이퍼 급속 열처리 공정 장비인 RTP를 생산했다. RTP는 울퉁불퉁한 웨이퍼 표면을 편평하게 해주는 장비다. 고열로 웨이퍼를 가열했다가 급속도로 식히면서 균일하게 코팅하는 기술을 구현하는 게 관건이다. 미국 장비 전문회사 AMAT가 세계 시장의 80%를, AP시스템이 20%를 점유하고 있다.
김 대표는 “AP시스템을 디스플레이 장비 회사로 아는 사람이 많은데 원래 반도체 장비 회사”라며 “고순도 박막을 입히는 하이엔드 RTP와 어드밴스트패키징 공정(AVP)에 들어가는 레이저 디본더, 레이저 다이싱 장비 등의 판매를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저 디본더는 반도체 후공정에서 기판을 캐리어에서 분리하는 장비이고, 레이저 다이싱은 웨이퍼 칩을 셀 단위로 절단·분리하는 분석 장비다.
신사업인 태양광 장비 부문도 키울 방침이다. 그는 “태양광 흡수 효율이 보통 22%인데 이를 30%까지 높인 텐덤셀 제조공정장비 LDSE 개발을 마쳤다”며 “2년 안에 반도체로 3000억원, 태양광과 2차전지 등 신재생에너지로 3000억원 등 안정적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텐덤셀은 경제성과 발전효율이 우수해 ‘태양광 모듈 게임체인저’로 불린다. 이 회사의 태양광 장비는 지난해 한화그룹에 처음 판매됐다.
김 대표가 사업 전망을 밝게 보는 이유는 레이저 기반 기술을 통한 반도체 어드밴스트패키징 시장을 빠르게 선점할 수 있다고 자신하기 때문이다. 그는 “OLED 핵심 부품인 FMM(fine metal mask)을 만드는 레이저 드릴러에서 홀을 뚫는 기판을 메탈이 아니라 유리로 적용하는 연구개발(R&D)을 하고 있다”며 “레이저 기술을 보유한 AP시스템은 유리기판 TGV(through glass via) 시장 선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계획을 실현하기 위한 R&D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김 대표는 “국내 장비 제조사들이 연매출의 2% 정도를 R&D에 투입하는데 우리는 매년 3%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이 회사의 R&D 투자 비중은 2022년 매출의 3.8%(185억원), 지난해 3%(160억원)였다. 올해는 4% 이상을 투자할 예정이다.
화성=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