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실적에 대해 합리적인 추정이 가능할 때 기업공개(IPO)하는 걸 추천합니다.”
벤처캐피털(VC) 비엔에이치인베스트먼트가 11일 연 ‘BNH 인사이트 세미나’에서 이상진 패스웨이파트너스 대표(사진)는 성공적인 IPO를 위한 노하우에 대해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세미나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벤처기업의 IPO전략’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상장예비심사는 비공학자에게 하는 기업 설명 단계
이번 세미나는 산업체에서 또는 평가기관에서 IPO와 관련해 전문성을 쌓은 전문가들이 IPO 전략에 대한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자리였다. 이 대표는 VC인 패스웨이파트너스 대표가 되기 앞서 올릭스와 뷰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내며 IPO를 직접 경험한 전문가다.이 대표는 “기술성 평가에서 떨어질 경우 기존 투자자의 후속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상장예비심사 제출 시점 또한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을 권고했다. 그는 “상장예비심사를 제출한 뒤엔 상장완료 시점까지 지분변동이 불가능하다”며 “여유자금을 갖고 상장 시점을 잡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한국거래소는 매년 1월 인사 이동이 있다”며 “심사를 진행 중이던 담당자가 보직 이동을 하게 되면 심사 기간이 예정보다 길어질 수 있어 이 부분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IPO는 최소 22개월에서 30개월까지 소요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해당 분야 전문가에게 설명하는 기술성평가와 거래소에서 진행하는 예비심사가 서로 다른 시각으로 평가한다고도 강조했다. 기술성평가가 기술력에 초점을 맞춘다면 거래소의 심사는 기술력을 기반으로 ‘돈을 벌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본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전문가위원회는 당락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의견을 거래소에 제출할 뿐”이라며 “기업의 기술력을 근거로 언제쯤 구체적인 사업성과를 낼 수 있는지 거래소의 비공학자 겸 경영·기업전문가를 상대로 제대로 설명할 수 있어야 상장심사를 통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조기 사업화 할 수 있느냐가 관건”
이 대표에 이어 문초혜 패스웨이파트너스 전무가 연사로 강단에 올랐다. 이 대표가 각 기업CFO 자리에서 평가대상자로서 IPO를 경험했다면, 문 전무는 평가기관에서 100여개가 넘는 기업을 평가한 전문가다.
문 전무는 기술성평가에서 기업의 연구개발(R&D) 목표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령 “조기 기술이전(LO)을 목표로 한다면 신약허가가 아니라 조기 LO를 목표로 한다고 미리 밝혀야 ‘내가 원하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기술성평가에서 A와 BBB 등급 간의 차이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문 전무는 “A는 아이디어가 좋으며 사업성 또한 좋다라는 의미”라며 “아무리 기술이 좋다고 판단돼도 5년내 매출화가 불가능하다면 BBB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문 전무는 TPP(target product project)를 강조했다. TPP란 개발하고자 하는 의약품이 최종적으로 허가를 받았을 때 어떤 특성을 갖는지에 대한 상세한 정의라 할 수 있다. 그는 “실제로 기업을 평가했을 때 TPP에 대한 개념이 없는 곳이 많았다”며 “목표로 하는 시장과 사업화 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