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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는 소송 남발 부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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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이사(경영진)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를 넘어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두고 산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많은 주주의 이익을 모두 만족시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경영진 대상 소송이 남발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인수합병(M&A)과 같은 기업의 중요한 의사 결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밸류업(기업가치 향상)을 위해 도입한 제도가 오히려 기업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는 상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담은 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하기로 했다.

정부, 올 하반기 상법개정 추진
10일 산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국회는 22대 국회 구성이 마무리되는 올 하반기부터 상법 제382조의3 ‘이사의 충실의무’ 조항 개정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현행 상법에 있는 ‘이사는 회사를 위해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는 조항을 ‘이사는 회사와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위해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로 바꾸는 방안이 유력하다.

일부 소액주주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6월에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듣고 상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에선 상법 개정안을 놓고 “정상적인 경영 활동에 대한 주주 소송을 부추기고 국내 법체계를 훼손하는 갈라파고스 규제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주주의 지분 보유 목적이 단기 투자, 장기 투자, 배당 수익 등으로 제각각이란 점에서 이사가 어떤 경영 판단을 하든 일부 주주에게는 충실의무 위반이 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독일,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선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지 않는다. 미국도 24개 주(州)가 따르는 ‘모범회사법’에 회사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만 규정하고 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지금도 한국 기업의 이사진은 경영 행위에 대한 배임죄 고발로 힘들어하는데,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고발 건수가 훨씬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본 다수결 원칙 훼손
회사법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사는 ‘주주총회 결의’로 회사가 임용한 회사의 대리인이고, 보수도 회사가 지급한다. 이사의 충실의무는 계약을 맺은 회사에만 한정된다는 것이다. 대법원도 이사에 대해 ‘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일관되게 판단하고 있다.

모든 주주가 보유한 지분만큼 의결권을 행사하는 ‘자본 다수결 원칙’이 훼손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경협에 제출한 상법 개정안 연구용역 보고서에서 “이사가 주주 이익에 대해 충실의무를 가지면 소수 주주가 누리는 이익이 이들의 지분보다 과대평가될 것”이라며 “대주주의 지배권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경제단체들은 상법 개정안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정부와 국회를 대상으로 건의서를 낼 계획이다. 유정주 한경협 기업제도팀장은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업의 장기적 이익을 위한 경영 판단이 지연되면서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며 “정부, 국회 대상 건의서 제출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황정수/선한결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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