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젊고, 더 참신하게."
최근 국내에서 열리는 아트페어의 트렌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세계적인 경기 하락 국면이 이어지며 미술시장도 덩달아 위축된 가운데, 이미 가격대가 높게 형성된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 대신 유망한 작가들의 참신한 신작을 발굴하려는 컬렉터들의 선호가 반영된 결과다.
40년 넘는 역사를 가진 국내 최고(最古) 아트페어인 화랑미술제도 이런 '체질 변화'를 꾀하고 있다. 참여 작가도, 개최 장소도 새롭다. 오는 27~30일 나흘간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2024 화랑미술제 in 수원'을 통해서다.
사상 처음으로 수원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전국 각지의 갤러리 95개가 참여한다. 특별전 등 부대행사를 포함한 참여 작가는 600여명에 이른다. 지난 4월 서울 코엑스에 5만8000여명을 불러 모은 '2024 화랑미술제'와 9월 열리는 '한국국제아트페어(키아프)'를 잇는 흥행의 징검다리 역할을 맡게 된 셈이다.
올해 행사는 참신한 기법으로 '젊은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국내 작가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일상의 사물을 경쾌한 색감으로 재구성하는 박여숙화랑의 최정화, 어린아이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금산갤러리의 윤필현이 그 주인공이다. 자유로운 붓 터치로 유쾌함을 주는 갤러리 가이아의 김명진, 몽환적인 동화 캐릭터로 유명한 갤러리 FC의 송영은도 빼놓을 수 없다.
국내 작가들의 폭넓은 작업 스펙트럼을 한 번에 비교해볼 수 있다는 점도 이번 행사의 매력이다. 가나아트는 추상적 이미지로 자연을 시각화하는 박철호를 소개하고, 선화랑은 도시를 매개로 삶과 환경의 관계를 탐구하는 송지연을 내세운다. 강홍구의 '사진 회화', 윤정민의 '드로잉 입체 조각' 등 다양한 면면을 몰아볼 수 있다.
'큰 손'의 지갑을 겨냥한 굵직한 해외 작가 작품들도 포함됐다. 일본의 쿠사마 야요이, 중국의 웨이 싱, 미국의 린 마이어스 등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글로벌 작가들의 작품들도 함께 소개된다.
특별전으로는 신인 작가의 등용문 역할을 하는 '줌인' 프로그램이 눈길을 끈다. 만 39세 이하 신진작가로 대상으로 10명의 작가를 선발해 전시 기회를 제공하고, 현장 관람객 투표와 전문가 심사를 통해 3명의 최종 수상자를 선정한다. 올해 행사에는 역대 선발 작가 중 강민기, 김종규, 손모아 등 12명의 작가도 함께 특별전을 연다.
국내외 방문객에게 수원을 알리기 위한 특별전도 열린다. 'Suwon in My Mind' 전시에는 강희갑, 김언지, 노세환 등이 수원을 주제로 한 페인팅과 사진 작품을 선보인다. 화랑미술제 관계자는 "1979년부터 진행해온 화랑미술제의 노하우와 광교호수공원을 둘러싼 수원의 인프라를 접목했다"며 "경기 남부권을 중심으로 새로운 미술 유통시장을 형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시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