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일 오전 7시 눈을 뜬 직장인 김자영 씨(26·가명). 모처럼 단잠에서 깨 바로 스마트폰을 켠 뒤 간밤의 ‘수면 패턴’을 확인했다. 취업준비생 시절 스트레스로 수면장애를 앓던 그는 ‘앱을 만든 대표가 불면증 환자’라는 광고를 보고 수면을 분석해준다는 앱을 설치했다. 머리맡에 둔 스마트폰과 손목에 찬 스마트워치가 코는 고는지, 자다가 몇 번 뒤척였는지 감지한 뒤 얼마나 깊게 잤는지 알려준다. 수면의 질을 분석해 백색소음 일종인 ‘모노럴 비트’를 들려주기도 한다.
아직 김씨가 침대를 완전히 벗어난 건 아니다. 밤새 쌓인 인스타그램 피드도 확인해야 한다. 좋아하는 배우가 뜨면 왠지 일진이 좋을 것만 같다. 직장인이 되고 나선 뉴스 피드도 꼭 본다.
그는 자가용 출퇴근족이다. 빨간색 광역버스를 타기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더니 아버지가 몰던 중형차를 물려줬다. 경기 고양 일산 집에서 서울 종로까지 출근 시간은 40~50분. 예상 도착 시간을 정확히 알려면 내비게이션 앱은 필수다.
이날 점심시간에는 평소 찍어둔 ‘대만식 버거집’을 동료들과 방문했다. 맛집 릴스를 여러 개 본 뒤 인스타 피드가 문득 소개해준 곳이다. 밥을 먹고 나선 스마트폰 앱으로 영어를 공부한다. 인공지능(AI)이 발음을 들은 뒤 어떤 문제가 있는지, 문법엔 어떤 오류가 잦은지 나타내준다. 그전에는 챗GPT로 영어 회화를 공부했는데, 챗GPT가 ‘잘못된 점은 한글로 지적해달라’는 명령을 자꾸 잊어버리고 영어로 답을 해서 다른 앱으로 갈아탔다.
퇴근길에 데이팅 앱에서 메시지가 왔다는 알람이 뜬다. 얼마 전 친구 추천으로 설치했다. ‘키가 크고 안경을 쓴’ 이상형에 가까운 사람이었는데, 답장을 할지 좀 더 고민해보기로 했다.
영화 감상이 취미인 그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보기 전 항상 왓챠피디아를 켠다. 시청한 영화와 드라마에 별점을 매기면 알아서 OTT별로 추천 콘텐츠를 제시해준다. 10년 넘게 영화평을 썼고 자신만의 목록을 계속 저장해두다 보니 이제는 알아서 취향에 맞는 영화를 골라준다.
이재성 중앙대 AI학과 교수는 “알고리즘은 이미 우리 삶에 깊숙하게 침투해 있다”며 “때때로 무언가를 공평하게 바라보는 것을 막는 단점이 있기에 이따금 소프트웨어 속 알고리즘을 리셋할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다빈/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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