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2, 1, 발사.” 현대트랜시스 연구원의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폭 2m, 길이 3m가량의 썰매 모양 받침대 뒤쪽으로 대형 피스톤이 시속 80㎞의 속도로 충돌했다. 순간 받침대 위에 앉아 있던 성인 남성 크기 인체 모형(더미)의 머리가 뒤로 젖혀지며 시트와 부딪쳤다.
지난 5일 방문한 경기 화성 현대트랜시스 시트연구센터에서는 충돌 실험이 한창이었다. 최태진 시트시험팀 책임연구원은 “충돌 순간을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한 뒤 녹화 영상을 반복 재생한다”며 “탑승자의 목과 허리가 꺾이는 각도를 기반으로 후방에서 가해진 충격을 시트가 얼마나 잘 흡수했는지 분석한다”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시트 및 변속기 제조사 현대트랜시스가 국내 언론에 시트연구센터를 처음 공개했다. 현대트랜시스는 제네시스 프리미엄 세단 G90,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 전동화 모델(EV) 등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업체의 다양한 모델에 시트를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11조6939억원)의 37.3%가 시트 부문(4조3624억원)에서 나왔다.
현대트랜시스 시트연구센터는 이 분야에서 국내 최대 규모(대지 면적 4만5705㎡)를 자랑한다. 전체 연구 인력은 500명이 넘는다. 현대트랜시스는 이곳에서 승객의 승차감은 물론 안전과도 직결되는 180가지 시트 관련 테스트를 한다. 안전벨트가 견디는 힘을 측정하기 위해 최대 1t에 가까운 하중을 줘 안전띠 체결 부위를 당겨보는 ‘시트벨트 앵커리지 실험’, 승객이 타고 내릴 때 시트가 쓸리는 부분을 로봇으로 1만 번 넘게 마찰시키는 ‘로봇 승강 내구 실험’, 시트 열선의 내구도를 보기 위해 로봇 팔로 시트 이곳저곳을 2만5000번 넘게 눌러보는 ‘시트 열선 단선 실험’ 등이다.
시트연구센터가 최근 중점을 두는 분야는 자율주행차와 목적기반차량(PBV), 도심항공교통(UAM) 등에 최적화된 시트 선행 연구다. 시트의 무게를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첨단 소재를 적용하고, 차량 내부 공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시트의 방향을 자유롭게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서승우 현대트랜시스 시트본부장(상무)은 “시트연구센터는 부품에서 완제품까지 개발 전 과정을 한 곳에서 진행할 수 있는 첨단 설비를 갖췄다”며 “미래 모빌리티 시트의 진화를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