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최고의 ‘명품 드라마’로 불리는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24가 오는 20일부터 나흘간 경기 포천힐스CC(파72)에서 막을 올린다. 올해는 총상금을 14억원(우승 상금 2억5200만원)으로 키우며 메이저급 대회로 거듭났다. 올 시즌 KLPGA투어 30개 대회 가운데 네 번째로 상금 규모가 크다.
메이저급 대회라는 타이틀답게 KLPGA투어 스타가 총출동한다. 지난해 이 대회 역사상 두 번째 2연패의 주인공이 된 이후 현재까지 통산 19승을 쌓아 올리며 진정한 ‘대세’가 된 박민지(26), ‘신흥 대세’ 이예원(21), ‘장타 여왕’ 윤이나(21), ‘큐티풀’ 박현경(24) 등이 ‘포천힐스 여왕’ 자리를 놓고 진검승부를 펼친다.
박민지 대회 최초 3연패 도전
올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에서 최대 관전 포인트는 박민지의 3연패 여부다. 올해로 10회째를 맞은 이 대회에서 3연패에 성공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해마다 치열한 승부가 벌어진 가운데 챔피언 자리 수성에 성공한 선수는 오지현(28)과 박민지 두 명뿐이다. 오지현은 2016년과 2017년 연달아 정상에 올랐고, 박민지는 2022년과 지난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박민지가 올해도 우승하면 최초로 3연패 타이틀을 달 수 있다.박민지의 3연패를 막을 가장 유력한 선수는 이예원이다. 2년 전 신인상을 받았음에도 우승이 없어 아쉬움을 남겼던 이예원은 지난해 3승과 함께 대상(MVP), 상금왕을 휩쓸었다. 올해는 지난해 놓친 다승왕을 향해 속도를 높이고 있다. 그는 올해 11번째 대회까지 초고속 3승을 달성하며 박민지에 이어 KLPGA투어의 새로운 대세가 됐다. 특히 포천힐스CC는 페어웨이가 좁아 올 시즌 페어웨이 안착률 4위(82.14%)인 이예원에게 유리할 수 있다.
‘오구(誤球) 플레이’로 출장정지 징계를 받은 뒤 지난 4월 국내 개막전을 통해 돌아온 윤이나의 시즌 첫 승 달성도 기대된다. 그는 데뷔 시즌이던 2년 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출전한 이 대회에서 3위에 올라 경쟁력을 증명한 바 있다. 올해는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가 255.13야드(4위)로 줄었지만, 그린 적중률 80.05%(3위)에 달하는 정확도를 자랑하는 만큼 정교한 플레이가 요구되는 포천힐스CC에서 우승까지 전망되고 있다.
‘준우승 전문’ 꼬리표를 완전히 떼어낸 박현경도 우승 후보 중 하나다. 지난달 중순 두산 매치플레이에서 시즌 첫 승이자 통산 5승째를 올린 박현경은 올해 10개 출전 대회에서 톱10에 여섯 번이나 진입할 정도로 꾸준한 경기력을 뽐내고 있다.
올해도 명승부 펼쳐질까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은 ‘명승부 산실’로 불린다. 지난 아홉 번의 대회 중 일곱 번이 역전승이었다. 첫 대회인 2015년부터 반전 스토리가 펼쳐졌다. 미국에서 뛰던 장하나가 자신의 후원사가 만든 대회에 참가하려 귀국했고, 초대 챔피언에 오르는 역사를 썼다. 4타 차 열세를 뒤집는 드라마였다.극적인 연장 승부도 많았다. 2022년 대회에서는 시즌 2승을 달리던 박민지가 최종일 일찌감치 선두로 치고 나갔다. 한때 4타 차까지 달아나며 그대로 승부가 결정되는 듯했지만 박지영(27)이 따라붙어 끝내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연장에서 박민지의 세 번째 샷 어프로치가 다소 짧았지만 버디 퍼트를 잡아내며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반면 버디 퍼트가 홀을 스쳐 지나간 박지영은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강남에서 35분, 구름 갤러리 예상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은 올해도 ‘구름 갤러리’가 예상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에 열린 2019년 대회 기간에는 갤러리 약 2만 명이 현장을 찾았고, 지난해에도 3만여 명이 포천힐스CC를 방문해 명품 플레이를 즐겼다.구름 갤러리가 몰리는 이유 중 하나는 포천힐스CC의 뛰어난 접근성이다. 포천힐스CC는 구리~포천고속도로 개통으로 서울 주요 지역에서 출발해 1시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다. 포천IC에서 3분 거리여서 서울 강남 또는 잠실에서 35분이면 닿는다. 고양 일산 등지에서도 40분이면 갈 수 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