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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중앙선 침범 사망 사고 낸 운전자 파산…손해배상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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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을 침범한 운전자가 사망 사고를 냈더라도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파산 신청을 통해 그 사고로 발생한 손해배상 채무를 면제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지난달 17일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이 A씨를 상대로 낸 양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1997년 차량을 운전하던 중 중앙선을 침범해 반대편에서 달려오던 차량과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B보험사는 피해자들에게 450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고, A씨에게 구상금 청구 소송을 냈다.

A씨는 2015년 법원으로부터 파산 및 면책 결정을 받았는데 면책 대상에는 B보험사의 채권이 포함됐다.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은 B보험사로부터 구상금 채권을 양수받아 A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재판에서 면책 결정을 받아 구상금 채권을 갚아야 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은 A씨의 사고가 중대한 과실로 볼 수 있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의 중대한 과실로 타인의 생명과 신체를 침해한 불법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배상채권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면책결정의 확정에도 불구하고 피고의 책임이 면제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A씨가 일으킨 사고가 중대한 과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피고는 다른 사고의 발생을 피하려는 과정에서 중앙선을 침범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사고 당시 제한속도를 현저히 초과해 주행하지 않았고, 그밖에 다른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피해자들 중 1명이 사망했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는 사정으로 채무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직접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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