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만 투자할 수 있는 개인투자용 국채가 이달 발행됩니다. 10년 이상 투자하는 장기 채권으로, 만기까지 보유하면 수익률이 높아지는 무위험 상품입니다. 하지만 단점도 극명합니다. 중간에 개인끼리 사고 팔 수 없고, 정부에 다시 팔 수 있지만 이마저 정부 마음대로입니다. 목돈 마련이나 노후 대비 차원에서 관심을 가질 법하지만, 현금이 중요한 사람들은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분석입니다.
기울어진 운동장, 해소될까?
개인투자자들 중 많은 사람들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합니다. 기관투자자와 외국인이 투자하기에 더 좋은 환경이라는 거죠.채권은 어떤 면에서 주식보다 더 기울어진 운동장입니다. 국고채가 대표적이지요. 지난해 말 기준 국채 보유비중을 보면 개인은 1.5%입니다. 기관이 78%, 외국인이 20%가량을 보유하고 있지요. 정부가 개인만 투자할 수 있는 개인투자용 국채를 내놓은 배경입니다.
정부는 이달부터 앞으로 매달 개인투자용 국채 매입을 위한 청약을 실시합니다. 청약은 6월 13일부터 17일까지 가능하며, 20일 발행됩니다. 1인당 한 번에 최소 10만원은 넣어야 되고, 1년에 최대 1억원 투자할 수 있습니다. 다만 수요가 너무 많으면 원하는 만큼 못 살 수도 있습니다.
개인투자용 국채의 이자율은 표면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서 정해집니다. 표면금리는 발행일 전 달에 낙찰된 국고채 10년물과 20년물 금리가 그대로 적용되고, 가산금리는 정부가 그때그때 정합니다.
6월 발행하는 개인투자용 국채 중 10년물의 이자율은 표면금리 3.54%에 가산금리 0.15%를 붙여서 3.69%고요. 20년물은 표면금리 3.425%에 가산금리 0.3%를 더해서 3.725%입니다. 각각 1000억원어치씩 발행합니다.
현재는 미래에셋증권만 판매 대행사인 만큼 전용 계좌를 만들어야 청약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판매 대행사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만기보유할 사람만 ‘드루와’
채권 투자는 보통 두 가지 방법으로 하지요. 만기까지 보유하거나, 중간에 사고 팔거나. 주식보다 안전한 수익률을 원하는 투자자들은 만기까지 보유해서 원금과 이자를 얻는 경우가 많습니다. 10년물 이상의 장기채는 중간에 사고 팔아서 시세차익을 얻는 투자자들이 많습니다.그런데 개인투자용 국채는 무조건 만기보유를 해야 이득입니다. 연복리 때문인데요. 이자에 이자가 또 붙는 구조입니다.
6월에 발행하는 개인투자용 국채로 보지요. 10년물 1억원어치를 사면 이자율이 3.69%니까 1년 뒤엔 1억369만원이 됩니다. 단리면 2년차엔 369만원이 더 붙어서 1억738만원이 되지만, 연 복리면 1억369만원에 3.69% 이자가 붙어서 1억752만원이 됩니다. 벌써 14만원은 차이가 나죠.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집니다.
이 경우 10년물 국채의 만기 수익률은 세전 44%, 세금 떼도 37%입니다. 1억원이 10년 뒤에 1억3700만원이 되는 거지요. 연평균으로는 세전 4.4%, 세후 3.7%고요. 20년물은 만기 수익률이 108%로 두 배가 됩니다. 세금 떼도 91%, 20년 기다리면 거의 두 배 먹는다는 거죠. 정기예금, 적금보다는 수익률이 확실히 높습니다.
분리과세 혜택도 있습니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연복리 특성상 이자를 만기에 몰아서 받습니다. 하지만 이자 또는 배당소득이 연 2000만원을 넘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되지요. 세율이 최대 49.5%입니다. 하지만 개인투자용 국채는 매입액 기준으로 2억원까지, 이자소득에 대해서 15.4%(지방세 포함)로 따로 과세합니다. 자산가들 부담없이 투자하라는 의미지요.
내 맘대로 못 파는 상품
하지만 개인투자용 국채의 장점들은 만기 전에 팔면 전부 사라집니다. 매입 1년 후부터 중도환매를 할 수 있지만 원금에 표면금리만 단리로 적용된 이자를 받습니다. 중도환매를 원할 경우에도 신청을 해야 하며, 정부 결정에 따라 환매가 안 되는 시기가 있을 수 있습니다.무엇보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맘대로 사고 팔 수 없습니다. 상속과 유증, 강제집행 외 소유권 이전이 불가하거든요. 유통도, 질권 설정도 안 됩니다. 담보대출을 못 받는다는 이야기지요.
그렇기 때문에 개인투자자 국채는 현금을 장기간 묻어둘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사람이 투자하기에 좋습니다. 노후 대비나 자녀 학자금 등 십여 년 뒤 목돈을 마련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이유지요. 다만 수 년 내 결혼하거나 부동산을 매입하는 등 큰 지출을 계획하는 사람들은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10~20년 수익률이 물가상승률보다 높을지도 잘 따져봐야 합니다. 20년 만에 2배 돌려받는다고 해도, 물가가 같은 기간 3배 오르면 실질적으로는 손해를 보는 거니까요. 지금 편의점에서 1500원 2000원 하는 과자들, 2000년에 얼마였을까요?
연금처럼 매달 국채를 샀다가 10년 20년 뒤에 매달 돌려받는 방법도 있습니다. 다만 투자법이 비슷한 연금저축보험 같은 대안들도 있지요. 이런 금융상품들은 담보대출도 됩니다. 또 고금리 때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나 파킹통장에서도 돈 굴리는 것도 방법이고요.
마지막으로, 채권은 투자법이 이미 다양하다는 점도 기억하세요. 국고채, 미국채, 회사채 등 요즘은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또 개별 채권도 증권사 앱에서 생각보다 쉽게 살 수 있습니다.
기획·진행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촬영 이종석·소재탁 PD 디자인 이지영·박하영
편집 이종석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