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사진)가 자사 인공지능(AI) 가속기(데이터 학습·추론에 최적화한 반도체 패키지) 가우디3를 엔비디아 제품의 3분의 2 가격에 공급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AI가속기 시장의 90%를 장악한 엔비디아를 추격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겔싱어 CEO는 4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개막한 ‘컴퓨텍스 2024’에서 ‘AI 에브리웨어(everywhere)’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그는 “지난 4월 출시한 가우디3는 경쟁사 AI용 GPU 가격의 3분의 2 수준이고 전작인 가우디2는 3분의 1 수준에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우디3는 엔비디아 H100 AI가속기보다 훈련·추론 성능이 뛰어나다”고 덧붙였다.
엔비디아는 H100, H200 등 AI가속기와 AI 개발을 위한 소프트웨어 쿠다(CUDA), 프로세서 연결 기술인 NV링크 등을 앞세워 AI 반도체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다. 이날 겔싱어의 발언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워 엔비디아의 점유율을 빼앗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분석된다.
칩 성능 강화를 위해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TSMC와 협력하겠다는 뜻도 나타냈다. 인텔은 자체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음에도 가우디 칩 생산을 TSMC에 맡기는 파격을 선택한 바 있다. 칩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겔싱어 CEO는 “차세대 PC용 중앙처리장치(CPU)인 루나레이크 제조를 위해 TSMC를 활용한 것은 옳은 선택”이라며 TSMC의 기술력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이날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행사에서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미국의 반도체 금수 조치가 중국의 반도체 개발을 가속화하고 인텔의 경쟁자를 늘릴 수 있느냐’는 질문에 “반도체 금지는 내게 ‘매직 라인(magic line)’과 같다”며 “규제가 너무 엄격하면 중국이 자체 개발한 반도체 생산을 늘릴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중국 반도체 제조업체는 첨단 장비를 쓰기 힘들다”며 “기술이 고도화될 수록 인텔의 기술 우위가 굳건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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