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달 개원한 제22대 국회를 향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 중인 ‘플랫폼 경쟁촉진법(가칭)’ 제정은 신중해야 한다”고 사실상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달 30일 ‘제22대 국회 입법정책 가이드북’을 발간하고 공정위가 추진중인 플랫폼법에 대해 “사전지정을 바탕으로 집행의 신속성에 방점을 둔 플랫폼법 제정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도 입법조사처 보고서를 통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플랫폼법의 핵심은 시장 지배력을 지닌 일정 기준 이상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 지정해 자사 우대, 끼워 팔기, 경쟁 플랫폼 이용 제한 등을 금지하는 것이다. 공정위에서 불법행위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위법이 아니라는 입증 책임을 기업이 지도록 한다. 공정위는 사전지정과 입증 책임 전환을 통해 관련 사건 처리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입법조사처는 보고서에서 “현행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력을 가진 플랫폼 사업자의 남용행위를 규율하기 어려운 상황은 아니”라며 “시장지배력 남용 규정을 적용한 위반사례도 누적되고 있어 공정위가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 여부 및 위반행위에 대한 경쟁제한성을 판단하는데 시간이 오래 소요된다는 비판도 향후엔 점차 해소될 가능성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만약 플랫폼법을 제정할 경우 명확한 조건이 갖춰야 한다고도 경고했다. 입법조사처는 “사전지정의 기준을 사업자의 규모나 영향력을 단순하게 반영해선 안된다”며 “각 시장에 미치는 효과를 정밀하게 측정해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내총생산(GDP) 일정 기준 이상으로 하는 연매출 요건으로 사전지정을 하면 해외 플랫폼 사업자의 경우 매출액 산정이 어려울 수도 있다”며 “국내 기업을 역차별 할 우려가 있다”고도 꼬집었다.
앞서 공정위는 플랫폼법의 사전지정이 기업을 과도하게 옭아맨다는 업계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지난 2월 전면 재검토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다만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3개월이 지난 지난달 초 입법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