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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위원
구리 가격이 꾸준하게 상승하면서 한 때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다. 구리는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산업용 소재인 동시에, 투기적 매매 수단의 성격도 보유하고 있는 금속이다. 따라서, 구리 가격의 움직임은 관련된 산업들의 사이클을 넘어 금융시장 전반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들을 내포한다.
21세기 이후 구리 가격을 움직여온 대표적인 요인들에 대해서는 미국의 통화정책과 중국의 투자, 그리고 세계의 제조업 사이클 등 세 가지로 요약 가능하다.
예를 들어, COVID-19의 고비를 넘어서는 구간 중 구리 가격이 급등했던 배경에는, 공급측면의 차질과 함께 엄청나게 풀려난 유동성이 실물 자산에 대한 투기 심리를 자극했던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2000년 대에 있었던 구리 가격의 일대 랠리를 뒷받침했던 요인은 중국의 기록적인 인프라 투자 경기였다.
위에서 제시한 요인들을 활용해 유추해 볼 수 있는 첫 번째 투자 포인트로는 결국, 중앙은행들이 유동성의 보따리를 풀 때가 임박했다는 시장의 기대를 거론할 수 있다. 중앙은행의 관심이 통화의 가치에서 경기 사이클로 옮겨진다면, 이는 금융시장 전반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화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풍부한 달러 유동성과 위험 선호도는 대체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금융시장에 공급되는 유동성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는 지표인 구리 가격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구리 가격이 의미하는 두 번째 투자 포인트는 인프라 시설들에 대한 중국의 투자 확대 가능성이다. 구리의 제련 능력 및 수요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인 수준이기 때문이다.
구리의 가격을 관찰하면서 세 번째로 생각해야 하는 포인트는 전력 수요에 대한 장기적인 전망이다. 실제로, 구리의 수요 중 대부분은 인프라 건설 및 전력 산업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향후 전력 사업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면서 구리의 수요가 장기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은 기계업종의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판단이다.
결론적으로 구리 가격의 상승은 제조기업, 특히 기계 및 산업재 등 전통 제조업체들에게는 우호적인 변화라는 의견을 제시한다. 유동성 사이클의 반전이나 중국의 인프라 투자 확대, 전력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정비의 필요성 등은 제조업 경기 사이클에 도움을 주는 요인들이라는 점이 중요한 포인트다.
일부 시장 참여자들은 구리 가격이 상승하면 비용이 증가하기에 주식시장에 대해 부담요인이 될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구리의 가격이 고공에 머물렀던 2021년 중 글로벌 주식식장은 상당히 좋은 흐름을 보였고 구리의 가격이 눌려왔던 2023년 중에는 주식시장 또한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는 점을 기억하자. 구리 가격의 상승에 보며 Global 전통 제조업의 기업가치 회복을 전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