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미쉐린 가이드> 발간 도시에 선정된 부산. 다채로운 식재료와 부산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담은 미식의 세계가 펼쳐진다.
미쉐린코리아는 지난 2월 ‘미쉐린 가이드 서울&부산 2024’ 레스토랑 셀렉션을 발표했다.훌륭한 레스토랑을 뜻하는 ‘1스타’ 레스토랑 3곳을 비롯해 합리적인 가격에 훌륭한 요리를 선보이는 ‘빕구르망’ 레스토랑 15곳, 미쉐린이 추천하는 좋은요리를 제공하는 ‘셀렉티드’ 레스토랑 25곳 등 총 43개의 부산 레스토랑이 이름을 올렸다.
그중 해운대구에서만 14개 식당이 선정됐다. 식도락 여행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를 찾아, 부산 해운대구로 떠나본다.
금수복국
맑은 생선국을 즐겨 먹는 부산 사람들에게 특히 사랑받는 음식이 있으니 바로 복국이다. 복어는 한 마리로 사람을 33명이나 죽일 수 있는 치명적인 독을 지녔지만, 중국의 시인 소동파가 ‘죽음과도 맞바꿀 가치가 있다’고 극찬했을 만큼 귀한 식재료다.
해운대에는 50년 전통의 복요리 전문점 금수복국이 있다. 팔팔 끓여 나오는 ‘뚝배기 복국’이 이곳의 트레이드마크. 창업주 이봉덕 씨가 전주의 뚝배기 비빔밥에서 착안해 복국이 따뜻한 온도를 오래 유지하도록 뚝배기에 담아낸 데서 시작됐다.
투박한 뚝배기에서 오래 우러난 국물은 깊은 맛을 뽐낸다. 맑은탕과 매운탕 중 하나만 택해야 한다면 전자를 강력 추천한다. 전날 술을 마시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만들 정도로 시원한 국물과 부드러운 복어살, 아삭한 콩나물의 조화가 은혜롭다.
KICK! 식초
복국에 약간의 변주를 주고 싶다면 식초를 소량 더해보자. 복어 특유의 감칠맛이 배가된다. 맑은탕에는 2스푼, 매운탕에는 1스푼 더하는 것이 국룰.
차오란
문을 여는 순간 홍콩으로 순간 이동한 듯한 착각에 잠시 사로잡혔다. 화려하게 번영했던 1920년대 홍콩을 모티브로 한 차오란은 낮에는 딤섬과 차를, 저녁에는 칵테일을 맛볼 수 있는 모던 광둥식 레스토랑이다. 해운대 바다가 드넓게 펼쳐지는 시그니엘 부산 5층에 위치해 눈으로는 풍경을, 입으로는 월드 클래스 셰프가 제공하는 감각적인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오리 한 마리를 통째로 카빙하는 차오란 덕이 시그니처 메뉴. 중국 내에서도 다양한 요리가 발달한 광둥 지역의 오리 요리를 차오란만의 스타일로 제공한다. 베이징 덕과 달리 육수가 가미돼 촉촉하고, 껍질과 부드러운 속살이 붙어 있어 질리지 않고 무한 흡입할 수 있다.
'겉바속촉' '단짠'을 사랑하는 미식가라면 꿀소스 돼지고기 BBQ를 놓쳐서는 안 된다. 꿀과 된장을 이용한 소스를 발라 저온 조리해 바삭하면서도 촉촉한 식감을 선사한다. 또 다른 인기 메뉴인 모둠딤섬은 쫄깃한 피와 탱글탱글한 새우가 어우러진 딤섬, 서양 3대 식재료 중 하나로 꼽히는 트러플이 들어간 딤섬 등 다채롭게 구성됐다.
KICK! 시그니처 칵테일
일몰로 붉게 물드는 해운대 전망을 안주 삼아 칵테일 한 잔을 홀짝이는 것만큼 낭만적인 순간이 있을까. 초연·비적·금문대교 등 중국술을 베이스로 한 창의적인 칵테일이 운치를 더한다. 물결 형태의 아름다움, 열매의 싱그러움 등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특별한 술잔이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
해목
모 웨이팅 앱의 검색 순위에 해목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리는 장면을 목격하고 나니 줄을 서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다. 대표 메뉴는 특제 간장소스를 바른 장어를 숯불에 세 번 구워 얹어낸 나고야식 장어덮밥 히츠마부시. 곁들임 찬 하나까지 정성스레 설명해주는 친절한 종업원이 1차 감동을, 불향 가득 달콤한 장어 맛이 2차 감동을 선사한다.
'해목 피셜', 히츠마부시 맛있게 먹는 4가지 방법은 따로 있다. 첫째, 4등분한 히츠마부시의 1/4을 덜어 고유의 맛을 즐긴다. 둘째, 1/4에 실파·깻잎·김가루·와사비를 얹어 먹는다. 셋째, 두 번째와 동일한 세팅에 오차즈케를 부어 먹는다. 넷째, 3가지 방법 중 선호하는 방식으로 마지막 1/4을 즐긴다.
우니(성게알)·참돔·생새우·참치·연어알 등 신선한 해산물 11종이 담겨 나오는 카이센동도 함께 맛볼 만하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는 말을 실감하게 되는 푸짐한 비주얼을 자랑한다.
KICK! 오차즈케
녹찻물 밥에 보리굴비를 올려 먹는 맛을 아는 한국인이라면 사랑할 수밖에 없는 맛이다. 실파·깻잎·김가루·와사비와 밥, 녹찻물을 고루 섞은 뒤 달콤한 장어 한 점 더해 맛볼 것.
부다면옥
라스트 오더가 오후 6시 30분으로 빠른 편인 데다 점심시간에는 주류를 판매하지 않는 등 여러 조건이 붙지만, 오직 냉면으로 승부하겠다는 주인장의 결의가 느껴져 되레 기대감이 높아지는 곳이다.냉면을 시키면 정겨운 황금색 주전자에 온육수가 먼저 제공된다. 따뜻한 육수로 속을 예열한 뒤 100% 순 메밀면으로 만든 평양냉면을 맛본다.
순메밀물냉면 물냉면과 비빔냉면을 함께 시켰다면 무조건 물냉면부터 맛봐야 한다는 식당 관계자의 귀띔. 물냉면의 담백한 맛을 충분히 음미해보길 추천한다. 국물은 타 평양냉면집보다 한층 심심하고 맑은 편으로, 평냉 마니아라면 박수를 아끼지 않을 맛이다(평냉 입문자라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씹을수록 고소하고 적당히 탄력 있는 면도 매력적이다.
순메밀비빔냉면은 건강하게 매콤한 맛을 자랑한다. 추가로 제공되는 기본 육수를 자작하게 넣어 비벼 먹으면 색다른 맛으로 즐길 수 있다.
KICK! 맛보기 한우수육
꼬리·아롱사태·사태 등 한우로 구성된 맛보기 수육 중에서도 꼬리수육의 고소함이 압도적이다. ‘한우 한 마리 꼬리수육’ 메뉴가 따로 있는 이유를 납득하게 되는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