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창작 뮤지컬을 대표하는 듀오 박천휴 작가(왼쪽)와 윌 애런슨 작곡가(오른쪽)의 작품이 또다시 무대에 오른다. 지난달 19일 막을 내린 화제의 뮤지컬 ‘일 테노레’의 바통을 이어받아 다음달 18일 ‘어쩌면 해피엔딩’으로 관객을 만난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2016년 초연하자마자 한국뮤지컬어워즈 6관왕, 예그린뮤지컬어워드 4관왕을 차지하며 창작 뮤지컬로서의 작품성을 널리 인정받았다. 해외 진출도 활발하다. 2017년 일본 초연 후 2018년과 2020년 재공연했다. 미국 애틀랜타에서의 시험 공연을 거쳐 현재 브로드웨이 진출을 준비 중이다.
‘어쩌면 해피엔딩’이 거둔 성공의 배경에는 박천휴 작가·작사가와 애런슨 작곡가 듀오가 만든 대본과 음악이 있다. ‘휴&윌’이라고도 불리는 이 두 사람은 한국 뮤지컬계를 대표하는 창작 듀오다. 박 작가가 뉴욕대에서 현대 미술을 공부하던 시절 뮤지컬 음악을 전공하던 애런슨과 만나 협업을 시작했다.
이들은 2012년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로 처음 호흡을 맞췄다. 같은 해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음악상, 이듬해 더뮤지컬어워즈에서 작곡·작사상을 받으며 최고의 뮤지컬 듀오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개막한 ‘일 테노레’로 중·대형 극장 뮤지컬 제작 능력도 증명했다. 2018년부터 개발한 작품으로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경성에서 테너를 꿈꾸는 ‘윤이선’이 조선 최초 오페라 공연을 여는 이야기를 그렸다. 대본과 음악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수작으로,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극찬받았다. 흥행에도 성공해 2023년 12월부터 올 2월까지로 예정됐던 공연 기간을 5월 19일까지 연장하기도 했다. 올해 12월엔 또 다른 신작 ‘고스트 베이커리’도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휴&윌 듀오의 작품은 서정적인 멜로디에 복잡미묘한 감정을 솔직하고 섬세하게 담은 음악이 특징이다. 화려한 히어로나 악역 대신 현실적인 감정을 느끼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재즈와 클래식에 기반한 음악에서 주인공 로봇들이 인간의 감정을 터득하면서 겪는 설렘과 당혹스러움을 그린다. 서울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에서 6월 18일부터 9월 8일까지 열린다.
구교범 기자 gugyobeo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