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가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 ‘팔자’에 나섰지만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외국인 지분율은 연초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금융 등 밸류업 수혜주에 매수세가 집중된 영향이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최근 1주일간 국내 주식시장에서 2조85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4.5%를 웃돌고 달러가 다시 강세를 보이는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이다.
외국인은 매도 전환 이후에도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쉽사리 놓지 않았다. 삼성전자 우선주와 에쓰오일 등은 꾸준히 사들였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다음으로 몸집이 큰 7위 삼성전자 우선주(49조6201억원)는 연초 72.9%이던 외국인 지분율이 최근 75.6%로 높아졌다. 시가총액 7조6781억원인 에쓰오일의 외국인 지분율은 같은 기간 76.9%에서 78.2%로 상승했다.
밸류업 수혜주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연초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는 외국인 지분율이 72%, 68.5%에 그쳤다. 전체 상장사 중에선 10위, 12위였다. 최근엔 각각 76.6%, 69.9%까지 높아져 순위가 7위와 10위로 올라갔다. KB금융은 시가총액이 32조388억원에 달하는 대형 종목인데도 외국인 지분율이 크게 확대돼 이목을 끌었다. 자동차업종에서는 현대차 우선주가 61.7%에서 67.2%로 증가 폭이 컸다. 이들 기업 주가는 올 들어 36.6~48.1% 올랐다.
금리 불안에 외국인의 국내 증시 이탈 가능성은 여전하지만 전문가들은 주요 밸류업 상장사들이 증시 버팀목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권 ‘밸류업 공시’ 시작에 외국인이 은행·보험주 등을 순매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3분기에 밸류업지수가 개발되고 4분기에 지수 연계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되면 외국인 수급은 더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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