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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 사이에서 우크라이나가 서방이 지원한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도록 제한을 풀자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다. 기존 유럽 지도자들에 이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까지 ‘허용’ 기조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31일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NATO 회의 후 기자들에게 우크라이나의 요청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무기를 사용한 러시아 내부 공격을 승인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용한 무기는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하이마스·HIMARS), 중거리유도다연장로켓시스템(GMLRS)과 야포 체계라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지난 10일부터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우를 겨냥한 지상전에 돌입하며 이 지역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제한적인 조치지만 이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중요한 변화’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동안 우크라이나의 반격을 허용하면 NATO 동맹국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을 촉발할 수 있고 이는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해왔기 때문이다.
정책 변경에 대해 NYT는 “바이든 대통령은 본인이 그은 레드라인을 분명히 넘었다”고 평가했다. 미국 당국자들은 러시아가 하르키우를 넘어 공세를 강화할 경우 미국 무기 사용 제한이 더 완화될 수 있다고 인정했다고 NYT는 전했다. 올해 들어 러시아가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 미국 대통령 선거가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한 공화당 강경파는 우크라이나전 추가 지원을 반대한다.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가 열세를 보이면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대선 악재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체코,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핀란드, 스웨덴, 네덜란드, 폴란드 등 12개국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 내 군사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NATO 사무총장도 러시아 본토 타격 허용을 지지한다고 의사를 표명했다.
러시아는 핵무기 사용까지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 무기가 이미 러시아 공격 시도에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텔레그램 채널에 “(서방은 러시아의) 전술핵무기 사용도 오산할 수 있으나 이는 치명적 실수가 될 것”이라며 “러시아 대통령이 언급했듯 유럽 국가들은 인구 밀도가 매우 높다”고 위협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