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행하는 직장 생활 용어 가운데 ‘맑눈광’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맑은 눈을 가진 광인(미친 사람)’의 줄임말인데, 직장 내에서 말이 잘 통하지 않고 상대하기 까다로운 사람을 일컫는 단어다. 직장인들에게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만큼 힘든 일은 없다.
하지만 ‘또라이 총량 불변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듯 이 세상 어디든, 어느 조직이든지 일정량의 ‘또라이’는 반드시 존재하기 마련이다. 어차피 그들을 피할 수 없다면 함께 일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래서일까? 최근 세계 각국에서는 직장 내 인간관계나 원활한 소통을 위한 심리 자기계발서가 유행이다.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지시대로 할 수 없는 사람들>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추적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책이다.
진심 어린 조언을 무조건 자신을 향한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사람, 스스로 일을 너무 잘한다고 착각하는 사람, 자주 자기혐오에 빠지는 사람, 기억력에 문제가 많은 사람, 항상 의욕이 없는 사람, 고객과 상담만 하면 문제가 생기는 사람 등 직장 생활을 하다가 반드시 만나는 골치 아픈 상대를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심리학 박사이면서 ‘MP 인간 과학 연구소’를 이끄는 에노모토 히로아키는 책을 통해 자신이 직접 상담했던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심리학이란 도구를 가지고 직장에서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사람들과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전략을 소개한다.
“부하 직원에게 고객 데이터 입력을 부탁한 적이 있어요. 입력을 마치고 나면 자료를 분쇄기에 넣어달라고 했죠. 그런데 몇 분 후 잠깐 가보니 고객 데이터 입력을 하지 않고 자료를 분쇄기에 넣으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급하게 멈추라고 했죠. ‘먼저 입력하고 분쇄하라고 했잖아요’라고 되물었더니, ‘맞다! 그랬죠! 죄송합니다’라고 하더라고요.”
업무를 지시한 상사는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이런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부하 직원이 일부러 지시를 무시하거나 반항해서가 아니라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서로 제대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상태를 ‘커뮤니케이션 갭’이라고 부르는데, ‘독해 능력의 차이’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이런 사람에게는 한 번에 하나씩 지시하는 것이 좋다면서 고객 데이터 입력을 먼저 지시하고, 그다음에 데이터 분쇄를 요구하라고 조언한다.
커뮤니케이션 갭을 해소하기 위해 책은 인지능력, 메타 인지능력, 그리고 비인지능력을 단련하라고 제안한다. ‘인지능력’은 독해력(문해력)이다. 독해력은 책을 읽기 위해서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독해력 훈련이 되지 않은 사람은 상대의 지시나 요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메타 인지능력’은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의욕만 넘치고 자신의 강점과 약점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은 위험하다. 지나친 의욕이 오히려 상대를 괴롭힐 수 있기 때문이다.
‘비인지능력’은 학습능력과 지적능력 외에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데 필요한 능력이다. 공감능력, 인내심, 집중력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책은 직장 생활을 하면서 말길이 막혀 답답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길을 트는 방법을 알려준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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