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킬로그램의 우주”
인간의 뇌를 연구하는 세계적인 뇌과학자들이 서울에 모인다.
대한뇌기능매핑학회는 오는 6월 23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국제뇌기능매핑학회가 열린다고 31일 발표했다.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정된 2600편의 논문을 발표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뇌과학자들이 참가할 예정이다.
뇌기능매핑은 인간 뇌의 지도를 만드는 연구 분야다. 모르는 길을 찾을 때 네비게이션이나 지도가 필수적이듯이 뇌의 비밀을 밝히고 뇌질환 치료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는 정밀한 ‘뇌 지도’를 만드는 것이 필수적이다.
인간 뇌 지도의 역사는 190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의 신경학자인 코르비니안 브로드만은 현미경을 이용해 인간의 뇌를 52개의 서로 다른 영역으로 나누었고, 이후 연구를 통해 이들 영역이 서로 다른 기능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최근에는 뇌영상 기술이 발전하면서 자기공명영상, 뇌파, 근적외선분광법 등을 이용해서 뇌의 구조뿐만 아니라 뇌의 기능을 밝힐 수 있게 됐다. 2010년에는 인간 뇌의 연결성 지도를 만들기 위한 휴먼 커넥톰 프로젝트가 출범해 인간 뇌의 기능과 뇌질환의 비밀을 밝혀내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인간 뇌의 비밀을 파헤쳐 온 뇌과학자들이 한 데 모여 최신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국제뇌기능매핑학회는 뇌과학 연구자들 간의 학술 교류의 장이자 첨단 뇌과학 기술의 각축장 역할을 해 왔다. 국제뇌기능매핑학회는 1995년 프랑스 파리에서 처음 개최된 이래 매년 6월 세계 주요 도시에서 열렸다. 국제뇌기능매핑학회의 개최는 뇌과학 분야에서 그 국가의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여겨졌다.
한국은 2002년에 대한뇌기능매핑학회를 설립하고 2005년부터 이 학술대회를 개최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지만 번번히 실패를 맛봤다. 그 기간 동안 국내 뇌기능매핑 분야의 저변이 확대되고 세계적인 영향력이 커지면서 2018년엔 서울 개최가 확정되기도 했지만 2017년부터 계속된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해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학회의 서울 개최가 취소됐다.
이후 남북 간의 긴장이 완화되며 다시 2021년 서울 개최가 확정됐지만 이번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발목을 잡았다. 두 번의 연기 끝에 오는 6월에 개최될 서울 국제뇌기능매핑학회는 오랜 기다림에 대한 보상으로 최대 규모로 열린다는 것이 주최측 설명이다.
이번 학회에는 세계적인 뇌과학자 7인의 기조 강연과 30개의 특별 심포지움, 22개의 특강 세션이 준비됐다. 3000명 이상의 뇌 연구자들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학회를 준비한 대한뇌기능매핑학회는 일반 대중의 뇌과학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대중강연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오는 25일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코엑스에서는 <뇌의 경이로움을 펼치다 - 뇌 영상 연구 세계로의 여정>이라는 주제로 국내외 뇌과학자들의 무료 대중강연이 열린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