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에서 김밥집을 운영하는 박모 씨는 올해 초 매장에 키오스크(무인단말기) 기계를 들였다. 주문이 몰리는 아침과 점심 시간대 고객 대응 인력이 부족했지만 최근 재료비가 올라 운영이 빠듯한 상황에서 추가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기는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박 씨는 "인건비가 오른데다 주문이 몰리는 시간대에만 아르바이트생을 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카드 결제 전용 키오스크를 렌탈 방식으로 설치했다"고 말했다.
국내 키오스크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인건비 부담과 구인난이 겹친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한 결과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키오스크 시장 규모는 2015년 2130억원에서 2023년 3960억원으로 85.9%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키오스크 활용 업계는 교통시설과 영화관 등 다방면이나 소비자가 특히 증가세를 체감하는 분야는 외식업계로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외식업계에 설치된 키오스크 대수는 2019년 8587대에서 2021년에는 3배 수준인 2만6574대로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외식업체의 무인주문기 사용 비중(한국농촌경제연구원 집계)이 2019년 1.5%에서 지난해 7.8%로 수직 상승한 결과다. 특히 무인주문기를 도입한 외식업체 중 67%가 키오스크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식업계 안팎에서는 키오스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한층 대중화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2010년대 중반께부터 대형 패스트푸드 점포 중심으로 침투한 키오스크는 현재 세부 업종을 가리지 않고 퍼졌다. 가장 먼저 맥도날드·롯데리아·KFC 등 패스트푸드에 이어 카페 프랜차이즈 대부분이 키오스크를 들였다. 치킨 업계에서는 BBQ가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포장·배달 특화 매장인 BSK(BBQ Smart Kitchen)를 열며 인건비 절약을 위해 관련 매장에 키오스크를 도입했다.
매장 내 주문뿐 아니라 무인매장과 드라이브 스루 등 키오스크 활용 범위가 확대되는 분위기다. 특히 무인 매장이 밀키트, 커피·라면 등 식품군뿐 아니라 아이스크림·과자 등 가공식품, 의류, 문구 등으로 확산한 점도 일조했다.
키오스크를 통한 주문 비중 역시 치솟았다. 일례로 지난해 롯데멤버스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롯데그룹 식·음료(F&B) 매장 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2년 키오스크 주문 비중은 70%로 대면 주문(30%)의 두배가 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2019년까지만 해도 대면 주문(62.8%)이 키오스크 주문(37.2%)보다 많았으나,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키오스크 주문(51.7%)이 대면 주문(48.3%)을 웃돌기 시작하면서다.
관련 기업 실적 역시 성장세다. 대형 프랜차이즈에 키오스크를 납품하는 포스뱅크의 키오스크 매출은 코로나19 사태 첫해인 2020년 25억원에서 지난해 66억원으로 두 배 넘는 수준으로 불어났다.
이같이 키오스크가 확산하고 있지만 관련 이용이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들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 선택과 결제 방식이 어렵게 느껴지고, 화면에서 그림과 글 등을 읽고 원하는 상품을 찾고 결제 시 포인트 적립과 할인을 받기 어렵다는 소비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이 2022년 5월부터 8월까지 키오스크 이용 경험이 있는 소비자 500명에게 최근 1년간 키오스크 이용 중 불편 또는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는지 조사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5명가량(46.6%·233명)이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키오스크 이용이 불편한 이유에 대해서는 키오스크 이용 중 ‘주문이 늦어져 뒷사람 눈치가 보임(52.8%)’, ‘조작 어려움(46.8%)’, ‘기기 오류(39.1%)’ 등 대답이 많았다. 특히 60대 이상의 경우는 ‘조작 어려움(53.6%)’이 가장 불편하다고 답했다.
소비자원은 "키오스크 이용 만족도를 5점 만점으로 평가한 결과, 전체연령의 평균 만족도는 3.58점이었고, 60대의 이용 만족도가 3.31점으로 가장 낮았다"고 진단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