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글로벌은 LG화학·LG에너지솔루션이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투자해 재무비율이 악화했다고 지적했다. LG화학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차입금비율은 2022년 말 기준 1.5배였으나 내년엔 이 비율이 2.6~2.8배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지난해 1.5배 수준에서 내년 2.6배까지 늘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이 버는 돈에 비해 빌린 돈이 더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S&P글로벌은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의 신용등급은 기존 BBB+로 유지했다. 그러나 두 회사의 EBITDA 대비 차입금비율이 2.5배를 계속 상회한다면 신용등급까지 내릴 수 있다고 했다. S&P글로벌은 "대규모 설비투자와 전기차 배터리 수요 성장세 둔화는 LG에너지솔루션에 큰 부담"이라고 했다.
신용전망 하락 소식이 들리면서 다른 2차전지주들도 줄줄이 급락했다. 삼성SDI는 이날 4.82% 하락했고 포스코퓨처엠(-4.49%), 에코프로비엠(-5.59%), 엘앤에프(-2.96%) 등도 모두 약세였다. 주요 2차전지주를 모은 'KRX 2차전지 TOP 10'지수는 이날 하루 4.94% 빠졌다.
LG에너지솔루션이 시설 투자 부담으로 신용전망이 내려가면서 재무비율이 악화된 다른 업체들도 영향을 받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삼성SDI의 경우 순차입금비율(순차입부채를 총자본으로 나눈 비율)이 2022년 말 11.8%에서 올 1분기 기준 17.7%로 높아졌다. 엘앤에프와 에코프로비엠의 순차입금비율은 2022년 말 각각 58.2%, 40.1% 수준에서 올해 1분기 97%, 93.6%까지 늘어났다.
저가를 내세운 중국 배터리 업계와의 경쟁도 국내 2차전지주엔 부담이다. 하이투자증권과 SNE리서치에 따르면 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은 2020년 1분기 68%에서 올 1분기 52%까지 낮아졌다. 반면 중국산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15%에서 42%로 높아졌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간에 국내 2차전지 업체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국내 업체들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중국, 일본 동종 업체와 비교할 때 상당히 높아 당분간 주가 하향이 예상된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