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창업도 부산 스타트업 생태계의 큰 축입니다.”
부산지역 액셀러레이터 박준상 시리즈벤처스 대표(사진)는 “기술창업보다 진입장벽이 낮은 소상공인 창업이 부산에 많이 일어나는 편”이라며 “‘장사’ 경험이 있는 역량 있는 사업가의 비즈니스 모델이 국내 시장에서 인정받는 사례가 많다”고 강조했다.
시리즈벤처스는 2017년 설립된 부산의 대표적인 스타트업 투자 전문 액셀러레이터다. 2020년부터 굵직한 펀드를 잇달아 결성하며 규모를 급격히 키웠다. 2020년 동남권 소재 스타트업 투자를 목적으로 한 50억원 규모의 지스트롱 혁신창업펀드 운용사로 선정됐다. 2022년과 지난해에도 같은 목적으로 각각 100억원, 55억원 규모의 펀드를 결성했다. 올해에도 50억원 규모의 동남권 스타트업 투자를 위한 펀드를 운용할 예정인데, 소상공인 브랜드화를 지원하는 ‘라이콘 스타트업 투자조합(30억원)’을 최초로 다룬다. 동남권 소재의 기업가형 소상공인을 발굴하게 된다.
박 대표가 소상공인 투자에 앞장서는 이유는 지역 창업 시장의 특성 때문이다. 박 대표는 “커피만 해도 브랜드 창업으로 성공하기 굉장히 어려울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시장인데, 여기서 성공을 거둔 창업가가 재창업하면 상당한 경쟁력을 가지는 케이스를 발견했다”며 “부산(340만명)을 포함한 경남, 울산 인구 750만명 시장이 소상공인 사업에서 테스트 베드로 삼을 충분한 규모가 된다”고 설명했다.
시리즈벤처스가 2022년 5억원을 투자한 뒤 BNK벤처스(15억원) 등 후속 투자가 연계된 공유 미용실 스타트업 라이브엑스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라이브엑스 창업가는 이전 커피 브랜드 창업으로 성과를 냈다. 박 대표는 “공유 미용실 사업은 투자 당시 국내 VC도 서울 기반 스타트업에 투자할 정도로 떠오르던 사업이었지만, 지금 남은 기업은 라이브엑스가 유일하다”며 “미용실 업계의 특성을 세부적으로 파악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손익분기점을 빠르게 넘긴 사례”라고 설명했다.
라이브엑스는 프랜차이즈에 소속된 헤어디자이너를 인플루언서 개념으로 접근했다. 공유 미용실 개념을 제시해 헤어 디자이너가 스스로 브랜딩하고, 워라밸까지 챙길 수 있게 됐다. 헤어 디자이너가 자영업자처럼 변했지만, 세금이나 인테리어 등에 쏟을 시간을 IT 플랫폼으로 모두 해결했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이외에도 교육 아카데미를 제공하고, 샴푸 등의 소모품을 PB 상품으로 대체했다. 공유 미용실 예약 플랫폼의 기능이 확대된 셈이다. 박 대표는 “라이브엑스는 동남아에 진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BNK벤처투자 등과 함께 해외 진출을 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의 주력산업군인 해양·수산 분야 창업도 경쟁력이 있는 분야다. 가령 새우를 보존제인 인산염에 6시간 이상 보존하면 부피와 중량이 45% 늘어난다. 법적 해동 중량이 2%로 정해졌지만, 도소매 시장에선 기준 없이 유통된다. 전문가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정보다. ‘멍게 물치기’도 수산업계가 가진 정보 비대칭성의 대표적인 사례다. 온도 관리를 위해 수조차에 얼음을 넣는데, 해수 얼음이 아닌 민물 얼음을 넣게 되면 멍게가 방어를 위해 해수를 머금으며 최대 부피와 중량이 30% 가까이 증가한다.
수십 년의 업력을 가진 부산지역 수산업에서 근무한 경력으로 스타트업 링스업을 창업한 기업가는 이런 정보를 공개하며 디지털 기반의 거래 플랫폼을 만들었다. 공급, 생산, 판매자 모두의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는 플랫폼이다. 전 세계에 흩어진 어류 시세를 제공하고, 10개를 훌쩍 넘는 수출입 실무 절차를 스펙 및 물량 전달, 견적 수령 및 단가 협의, 대금 지급, 물건 수령 등 단 4가지 절차로 대폭 압축했다. 사업 1년 차인 지난해 2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으며, 올해 50억~100억원의 매출이 예상된다. CJ프레쉬웨이, 홈플러스 등 대형 마트 등과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박 대표는 “소상공인 브랜드화와 관련된 지원이 강화되고 있다”며 “부산은 풍부한 인구와 특화 영역을 보유하고 있어 소상공인 창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