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밖 ‘짜릿함’을 즐기는 사람이 늘자 최근 관광 활성화를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앞다퉈 도입하고 있지만 안전기준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 보니 자체 가이드라인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위태로운 익스트림 레저, 사고 속출
28일 소방청에 따르면 작년 번지점프와 관련한 구조 활동은 0건, 집라인 관련 구조는 3건으로 집계됐다. 한 해 발생하는 기타 사고 건수가 수십만 건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사고 횟수는 지극히 적다.하지만 익스트림 레저 사고는 한 번 발생하면 사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올해 2월 경기 안성 스타필드 실내 번지점프 시설에서는 60대 여성이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안전모 등 신체에 착용하는 기구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구조용 고리를 단단히 매지 않은 게 사고로 이어졌다.
2021년 11월엔 강원 평창군에서 집트랙(비교적 짧은 집라인)을 타던 30대 여성이 운행 도중 레일 파손으로 5m 아래 바닥으로 추락해 숨졌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에 따르면 2018년 81곳이던 번지점프·집라인 업체는 2020년 100곳 이상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집라인 시설은 관광진흥법상 놀이기구 등 유원시설물로 분류되지 않아 안전 기준을 규정하는 법이 없다.
번지점프 중에서도 ‘기타 유원시설’로 지정되지 않아 지방자치단체 안전 검사 대상에서 빠진 시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 관리는 지자체와 업체가 자체적으로 한다. 안성 사고 이후 경기도는 도내 번지점프·집라인 시설 28곳에 대한 긴급 점검을 벌여 안전헬멧을 비치하지 않았거나 운영요원 교육이 미흡한 사례 등 68건을 적발했다.
유사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번지점프·집라인 시설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기도 했다. 제동장치 설치 기준과 카라비너(암벽 등반에 사용하는 로프 연결용 금속 고리) 등 안전 장비 교체 시기 등을 규정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경기도 외 다른 시·도에선 번지점프 시설과 관련한 점검은 이뤄지지 않았다.
국회가 나서 안전 기준 마련해야
전문가들은 익스트림 레저 시설에 대한 법적 안전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놀이 문화, 취미 활동이 다양화하고 ‘극한 체험’을 하려는 욕구가 커지면서 지자체들이 앞다퉈 출렁다리 등 새로운 유형의 익스트림 레저 시설을 짓는 데 허가를 내주고 있어서다.21대 국회에서 이런 익스트림 레저시설 안전 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한 ‘시설물안전법’이 발의됐지만 정부 동의를 얻지 못해 폐기됐다.
법 제정을 기다리기 전에 ‘자율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자체와 업체가 함께 시설별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면밀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업체를 적발하고 과감하게 행정조치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번지점프·집라인뿐 아니라 행글라이더와 같은 특수 취미, 놀이에 대한 안전법이 미비하다”며 “사고 발생 시 업무상 과실치사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도 입법에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